한국헬스경제신문 <대한금연학회 백유진 회장, 한림의대 교수> | ‘담배 없는 국가’가 머지않아 현실로 나타난다. 과거 전매청이나 한국담배인삼공사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우리 국민이라면 “그게 가능해?”라고 반문할 것이다. 일상에서 어딜 가든 흡연자를 볼 수 있고, 어디선가 날아오는 담배 연기로 스트레스를 받는 우리나라 국민에게는 믿을 수 없는 ‘가짜 뉴스’처럼 다가올 듯하다. 그렇지만 이 소식은 충분히 사실일 수 있다.
최근 수많은 언론을 통해 뉴질랜드 의회에서 담배를 없애기 위한 강력한 ‘담배규제정책 법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과거 2011년, 뉴질랜드는 2025년까지 성인 일반 담배(궐련) 흡연율을 5%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적 있다. 뉴질랜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궐련 한 갑의 가격을 우리 돈 3만8천 원 정도로 서서히 올렸을 뿐만 아니라 담배판매점 내 담배제품 진열금지, 담배광고 금지 등으로 강력한 담배규제정책을 펼쳐왔다.
세계가 주목하는 뉴질랜드의 금연전략
최근 뉴질랜드 보건부는 2025년까지 뉴질랜드에서 궐련을 없애기 위한 3가지 전략을 수립하여 발표했다. 이 전략들은 전 세계 182개국이 모여 개발한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Framework Conventionon Tobacco Control: FCTC)’의 담배규제정책을 발판으로 하여 그 정책을 훨씬 뛰어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담배로부터 인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함이다.
첫째, 중독을 유발하지 않는 수준의 니코틴만 함유한 담배제품(Very low nicotine cigarettes, VLNCs)만 판매를 허용한다. 둘째, 담배소매점 수를 대폭 줄여 접근성을 낮춘다. 셋째, 특정 연도에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담배제품을 판매하거나 공급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담배 없는 세대(tobacco free generation)’를 지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획기적 전략을 담고 있는 법안이 2022년 12월 14일 뉴질랜드 의회에서 통과되었다.
이 법안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출생한 뉴질랜드 사람들은 영원히 궐련을 구매할 수 없게 된다. 또한 내년부터 시행되는 이 법을 어길 시 우리 돈 약 1억25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한다. 현재 만 13세의 뉴질랜드 청소년은 자국에서 영원히 궐련을 살 수 없고, 법이 시행되고 50년 뒤인 2073년에는 뉴질랜드 인구 중 만 64세 이하 모든 사람이 궐련을 구매할 수 없다. 또한, 담배소매점은 내년부터 현재 수준의 10%인 약 600개로 줄여질 예정이다.
뉴질랜드도 놓치고 있는 ‘신종담배’
과거에는 담배라고 하면 궐련만을 의미했지만 지금은 액상형 전자담배, 궐련형 전자담배와 같은 신종담배가 출시되어 전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제로 신종담배 사용자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뉴질랜드의 이번 도전은 모든 담배제품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궐련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그렇기에 뉴질랜드 정부의 도전을 반기면서도 한편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뉴질랜드의 청소년 궐련 흡연율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을 비교해보면 이 걱정이 기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뉴질랜드 만 15~17세 청소년에서 현재 궐련 흡연율은 1.4%, 궐련 매일 흡연율은 1.1%까지 낮아졌지만 액상형 전자담배 매일 사용률은 5.8%이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한 달 중 한 번이라도 사용하는 청소년 비율은 12.3%까지 급증하고 있다. 어쩌면 뉴질랜드
의 이번 도전이 뉴질랜드 내 신종담배 사용자를 더욱 증가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담배로 인한 국내 사회경제적 비용 12조
단순히 흡연율을 낮추는 것을 넘어서서, 우리 삶에서 담배를 제거해버리는 획기적이고 놀라운 정책이 소개되었다. 뉴질랜드는 향후 2025년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뉴질랜드 외에도 영국・스코틀랜드・아일랜드・미국・캐나다・호주・스웨덴・핀란드・방글라데시 등이 가깝게 는 2025년, 멀게는 2040년에 자국에서 담배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앞으로 이런 선언과 계획을 발표하는 국가들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FCTC에서 반드시 이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기본적인 담배규제정책(담뱃세 인상, 담배광고,판촉, 후원금지, 담배성분 공개 등)인 핵심정책들조차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담배로 인해 매년 우리나라 국민 5만8천명이 조기 사망하고 약 12조원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
생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국민의 목숨과 재산을 빼앗아가는 담배를 우리는 언제까지 지켜만 봐야 하는가? 뉴질랜드의 소식을 통해 국내 담배 규제정책의 현주소를 자세히 점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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