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한건수 기자 |
베체트병(Behcet’s disease)은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전신의 작은 혈관에 만성적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때로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거나 치명적인 병이다.
주로 20대에서 40대의 젊은 성인들에게 발생하는데 빈도는 10,000명 중 1명 정도다. 그러나 서양보다는 중동과 한국, 중국, 일본 등 극동 지역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그런지 국내에서 염증이 오래 갈 경우 베체트병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병의 가장 흔한 증상은 입안과 성기가 허는 것(궤양)이다. 1937년에 터키의 피부과 의사인 훌루시 베체트가 구강과 성기에 반복적인 궤양이 생기는 환자 2명을 보고하면서 이 병이 명명됐다.

입속 궤양은 혀를 포함한 어느 곳에서든 발생할 수 있으며, 보통 원형으로 파인 형태이고 하얗게 덮여 있다. 궤양이 있는 부위는 매우 아파서 식사가 어려울 수 있다. 궤양의 크기는 대개 1cm 미만으로 두 개 정도인 경우가 가장 많고 드물게 10개 이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입안 궤양은 보통 1~2주 지속되며 자주 재발하며 평균 1년에 3회 이상 반복된다. 대개 1~2주 내에 치유된다.
입속이 자주 헌다고 해서 베체트병일 가능성은 많지 않다. 다른 증상 없이 입안에 궤양만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아프타성 구내염일 가능성이 더 높다. 아프타성 구내염은 정상인의 20~30%가 앓을 정도로 흔한데 피곤하면 입안이 허는 질환이다.
베체트병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으나 자가면역질환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환자의 구강점막에 대한 자가 항체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유전에 의한 가족력도 보고된 바 있다.
성기 부위 궤양은 입속 궤양보다 흔하지는 않지만 성병인 헤르페스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남성의 성기 궤양은 음낭에 가장 많이 발생하며, 음경에도 나타난다. 여성의 성기 궤양은 외음부와 질에서 발생한다. 대부분 통증이 심하며 진물이 나올 수 있다.
가장 위험한 부위는 눈에 발병하는 것이다. 실명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으므로 매우 주의해야 한다. 눈의 통증, 눈부심, 눈물, 발적 및 시력 장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눈의 포도막 앞쪽에 발생한 염증은 전방 포도막염이라 하는데 시력 장애는 거의 없지만, 통증이나 발적이 심하게 나타난다. 눈의 포도막 뒤쪽에 발생한 염증은 후방 포도막염인데 망막 출혈로 인한 시력 장애가 나타나고 합병증으로 시신경 위축이 발생해 20% 정도가 실명할 수 있다.
피부 증상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여드름 모양의 피부염, 모낭염, 혈관염이 동반된 구진성 발진 등이다. 1~2cm 정도의 크기의 작고 붉은색인 덩어리가 피하에 생성된다.
관절에도 나타나 관절이 반복적으로 붓거나 아프다. 관절 증상은 보통 무릎이나 발목에 잘 발생한다. 베체트병 관절염의 특징은 관절이 지속적으로 아프지 않고, 일시적 혹은 반복적으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밖에 대장 궤양이나 위 궤양이 발생해 복통이 생기거나 설사를 할 수 있다. 궤양이 진행되어 장 천공 및 복막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류마티스 내과에서 혈액 검사, 피부 생검, 자극성 항진 검사 등을 한다. 하지만 어떤 검사도 베체트병을 확진하거나 배제할 수는 없다.
베체트병 환자는 대부분 별다른 지장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이 병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뇌신경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동맥염 합병증인 동맥류 파열, 위장관 천공이 발생한다면 사망에 이를 위험성이 있다.
치료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생활습관의 조절, 외용제, 먹는 약 등 적합한 치료 방법을 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질환이 자주 재발하므로 꾸준한 장기적 치료와 정기적 검사를 시행해 질병의 진행과 치료의 부작용을 관찰하는 것이다. 증세가 호전되면 약의 용량을 서서히 감소시키고 이 과정을 통해 약을 완전히 끊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