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더이상 여성 살해 방치하지 마라”

  • 등록 2025.07.31 15:3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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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일 내 스토킹범죄로 여성 3명 사망 1명 중태
여성단체들, 대통령실 앞에서 종합대책 마련 촉구
“가해자 격리하는 의무체포주의 도입해라”

한국헬스경제신문 박건 기자 |

 

지난 엿새 동안 친밀한 관계에 있거나 스토킹범이 휘두른 흉기에 3명의 여성이 살해되고 1명이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성단체들은 분노했다. 이들은 “반복된 여성살해는 국가의 실패”라며 의무체포주의 도입 등 실효성 있는여성폭력 종합대책 마련 등을 강력히 촉구했다.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여성시민단체 33개 기관은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갖고 가해자 처벌 강화 대책 등을 요구했다.

 

이제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팀장은 “이틀 전 대전, 사흘 전 울산, 닷새 전 의정부에서 또다시 여성이 살해당하거나 위협을 받았다”며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여성들의 목숨을 지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연락금지와 접근금지, 전자발찌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가해자를 실질적으로 격리하는 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26일 경기 의정부에서는 노인보호센터에서 일하던 60대 A씨가 전 직장 동료인 50대 B씨한테 스토킹을 당하다 살해당했다. 앞서 A씨는 지난 3월부터 3차례에 걸쳐 B씨를 스토킹 범죄로 신고했었다. 이달 20일 B씨는 A씨에 집을 찾아갔다가 스마트워치 신고를 통해 현행범으로 체포돼, 경찰은 검찰에 잠정조치 2호(접근·연락 금지)를 신청까지 했다.

 

하지만 검찰은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경찰은 “앞으로 찾아가지 않겠다”는 B씨의 말에 불구속 수사 방침으로 석방했다가 결국 A씨는 살해당하고 말았다.

 

지난 28일 울산에서는 이별을 통보받은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혔다. 29일에는 대전에서 30대 여성이 교제 중이던 20대 남성에게 살해됐고, 31일 새벽에는 서울 구로구에서 60대 남성이 동거하던 5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5월에는 동탄 납치살인사건, 6월 대구 스토킹 살인사건이 있었다. 동탄 사건의 피해자 역시 9차례 신고했지만 경찰은 “영장을 신청할 만한 사유가 아니다”라며 대응을 미뤘고, 대구 사건에서는 법원이 “피해자가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며 가해자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여성단체들은 “수사기관은 ‘피해자가 원치 않았다’는 이유로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고, 검찰과 법원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실질적으로 격리할 수 있는 유치·감호와 구속에는 너무나 미온적”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가정폭력 처벌법과 강간죄를 개정해 가해자 처벌에 수사 기관의 편견이 최소화하도록 하고, 모든 여성 폭력 사건의 가해자를 격리하는 의무 체포 주의를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보도를 토대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뻔한 여성은 최소 374명, 주변인까지 포함하면 피해자는 650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전문가들은 수사기관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적극적으로 분리조치하고, GPS 위치추적 전자감시 등 실효성 있는 스토킹 범죄 대책을 만들어야 또 다른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 2021년부터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으로 스토킹범에 대한 구치소 유치 등의 잠정조치가 가능해졌지만, 2021년 10월부터 2023년 7월까지 경찰이 신고한 전체 잠정조치 1만4057건 중 구치소에 유치 가능한 4호를 신청한 건수는 1800건(12.8%)에 불과하다. 4호 잠정조치를 신청해도 법원의 결정률은 절반 수준(50.3%)이다.

 

현행 접근금지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인권상담소 소장은 “100m 이내 접근금지 명령은 명시적일 뿐이다. 가해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접근해서 피해자를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발생한 동탄 납치살인 사건 역시 경찰은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및 통신금지를 조처하고 피해자에게 긴급호출용 스마트워치를 지급했으나, 가해자는 이를 어기고 피해자를 납치 살해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위반한 건수는 2022년 533건(8.3%), 2023년 636건(7.4%), 2024년 877건(8.9%)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접근금지 제도가 실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GPS 위치추적 전자감시가 도입돼야 한다. 위협을 느낀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를 눌러도 경찰이 수 분 내 도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GPS 위치추적 전자감시를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물리적으로 가까워졌을 경우. 실시간으로 경찰에 경보가 울려야 가해자의 범행을 저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GPS 감시 등을 통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은 GPS 위치추적을 통해 가해자가 일정 거리 안으로 다가오면 피해자와 경찰에게 경보를 보내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박건 기자 healtheco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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