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윤해영 기자 |
얼마 전부터 비만 치료제로 인기를 얻고 있는 ‘위고비’ 등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의 부작용과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GLP-1은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호르몬이다. 원래는 인슐린 분비에 관여해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약물로 개발됐지만, 식욕을 억제하고 위 운동을 늦춰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효과가 확인되면서 당뇨병 치료제가 아닌 비만 치료제로 허가받아 인기를 끌고 있다.
문제는 이 약물을 이용한 체중 감량 효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오남용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7월 21일에는 GLP-1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실태와 안전성 문제를 짚기 위한 ‘긴급점검, GLP-1 비만치료제 오남용 실태와 안전성 우려’ 심포지엄이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비만학회 공동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리기도 했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GLP-1 비만치료제가 ‘비만’이라는 명확한 질병이 있는 환자에게만 적합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사항을 보면, 위고비의 경우 초기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지만, 단순히 ‘다이어트 주사’로 포장돼 공유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비만이 아닌 사람들이 ‘살을 빼기 위해’, ‘살이 찌지 않기 위해’, ‘결혼 등 중요한 행사 전 급하게 감량하려고’ 등의 사유로 약 처방을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한편에서는 오히려 일부 의사들이 적응증을 고려하지 않은 채 미용적 수단으로 약을 처방함으로써 오남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GLP-1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문제를 개선하려면 무엇보다 비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비만 치료의 급여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비만은 단순한 체형 문제가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심지어 암까지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인데도,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게을러서 생긴 결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해 비만 치료가 단순히 살빼기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비만 치료제를 단순히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비만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한국인 비만 기준에 맞는 적응증 연구, 비만 치료 급여화 및 모니터링 체계 강화 등이 함께 이뤄져야 현재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는 게 비만학회의 입장이다.
GLP-1 계열 치료제는 다른 모든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
위고비 사용자에게 가장 흔하게 보고되는 부작용은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변비, 복통 등 위장 문제다. 또 일부 사용자는 두통과 피로를 경험할 수 있다.
드물지만 심각한 부작용으로 췌장염, 담낭 질환, 저혈당 증가. 신장 기능 약화, 시력 변화 등이 보고된 바 있다. 최근 영국에서는 GLP-1 비만치료제를 투약한 후 급성 췌장염이 발생한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위고비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의사와 상담한 후 처방을 받아야 하고, 적정 용량을 준수해야 하며, 식이 요법과 운동을 병행해야 효과를 극대화하고 요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 GLP-1 비만치료제에 대한 오남용이 많다고 해서 이 약이 가지는 비만 치료 자체의 순기능이 저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비만치료제는 적응증만 잘 지켜진다면 치료 효과가 뛰어난 약물이고 과도한 부작용 우려는 오히려 실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접근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식약처에 보고된 비만치료제 이상 반응은 국제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수준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모든 전문의약품은 효과와 부작용이 공존하기 때문에 충분한 병력 청취와 검사를 통해 적응증을 확인한 뒤 처방하고, 이후에도 지속해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