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맛

  • 등록 2025.08.18 09: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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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 짠맛, 신맛, 쓴맛 외에 감칠맛 감각세포도 있어

 

한국헬스경제신문 | 박건우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들른 사람들은 “정말 맛있어요.”, “맛이 끝내줘요.”, “담백한 맛이 시원합니다.”, “신선한 맛이에요.”, “매운맛이 일품입니다.” 등등 맛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오늘은 의학 관점에서 맛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과거 생물 교과서는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맛을 느끼는 혀의 부위가 있다고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은 “혀의 신경은 용해 상태의 음식물로부터 화학적 자극을 받는다. 네 가지 기본적 미각이 있는데 혀의 부위에 따라 받아들이는 미각의 종류가 다르다. 혀끝에서는 짠맛과 단맛, 바닥 쪽에서는 쓴맛, 가장자리에서는 신맛이 느껴진다.” 정도이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우리가 그토록 찾아다니는 담백한 맛, 구수한 맛, 매운맛은 어디서 어떻게 느
끼는 것인가? 왜 생물 시간에는 네 가지 맛만 이야기하는가?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미각이라는 감각이 왜 존재하는지 알아보자.


생물은 외부 물질의 물리적인 상태와 화학적 상태를 통해 유해성을 결정한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느끼는 것은 물리적 상태를 파악하는 감각이고, 냄새를 맡고 맛을 느끼는 것은 화학적 상태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특히 맛은 우리가 무엇을 먹을 때 이로운 것인지 해로운 것인지 구별하기 위해 발달했다.


단맛은 에너지원이 되는 당류의 특성이고, 짠맛은 전해질의 균형을 유지하고 신경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의 특성이다. 이 두 물질은 생명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인간의 신체는 맛을 통해 본능적으로 두 물질을 섭취하도록 진화했다. 한편 신맛이나 쓴맛은 독이거나 상한 물질로 인식해 섭취를 거부하게 되었다. 결국 우리가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을 단순히 미각의 수준에서 이해할 수는 없다.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 욕구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실 하나를 이야기하자면 우리 혀에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에 더하여 다섯 번째 맛인 우마미(うまみ, umami)를 느끼는 감각세포가 있다. 일본어인 우마미를 흔히 감칠맛으로 번역하지만, 명확하게 어떤 맛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고기를 우려낸 국물 맛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비슷할 것이다.


이 맛은 이케다 기쿠나에라는 학자가 1908년에 발견하였다. 다시마 국물이 음식 맛을 올리는 것을 보고 연구한 끝에 이 자극 물질이 글루탐산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우마미(감칠맛)이라고 명명했는데, 이 맛이 맛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은 21세기에 들어서야 인정받았다. 이케다는 이를 발전시켜 화학조미료(MSG)의 원형인 ‘아지노모도’를 만들었다. MSG의 마지막 G가 글루탐산의 첫 글자이다. 

 

우리 혀는 MSG에 반응하는 맛 수용체가 있으며, 이 수용체는 MSG가 들어 있는 음식을 섭취하도록 하는 욕구를 일으킨다. 많은 음식점에서 이를 손쉽게 충족하기 위해 조미료를 넣는데, 만약 조미료를 넣지 않고 음식의 재료에서 순수하게 글루탐산을 우려내는 기술이 있다면, 그 음식점은 고유의 노하우를 지닌 진정한 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매운맛은 무엇일까? 학계에서는 매운맛을 맛이라고 보지 않고 통증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 매운맛을 느끼게 하는 캡사이신이나 알리신 등은 통증을 일으키는, 즉 통증 수용체를 잘 자극하는 화학물질이다. 매운 것에 열광하는 것은 통증과 맛이 동시에 새로운 감각 경험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혀의 특정 위치에서 특정 맛을 더 잘 느낀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 과학자들은 맛감각 수용체가 밀집된 곳은 존재하지만, 그들 수용체가 특정 맛에 더 잘 반응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과거 상식처럼 혀끝은 단맛에, 혀뿌리에 가까운 쪽은 쓴맛에 예민한 것이 아니다. 혀의 모든 곳에서 골고루 맛을 느낄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이 있다. 맛은 냄새와도 연관이 있으며 감정과도 연결고리가 있다. 흔히 “코가 막히면 맛이 떨어진다.”, “기분이 나쁘면 밥맛이 없다.”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단순한 속설이 아니라 모두 과학적 근거가 있다. 맛은 뇌의 다양한 회로와 연결되어 있어 눈과 귀와 코와 감각이 모두 살아 있어야 통합적 경험을 통해 온전한 맛을 느끼게 된다.

 

같은 음식이라도 누구와 먹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도 하니 분위기나 기분이라는 요소 또한 강하게 작용하는 셈이다. 미각이란 참으로 신기하면서도 묘한 감각이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

유재민 기자 jmyoo4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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