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한기봉 기자 |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뜨겁다. 본인과 타인의 안전을 위해 면허를 반납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생계 및 이동권 보장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60대 후반쯤에 접어들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 문제로 고민하게 된다. 가족 눈치도 보인다. 수원 외곽에 거주하는 성기준(72)씨는 “운전대를 잡으려하면 아내와 자식들 눈치를 보게 된다. 아직은 운전을 잘 할 자신이 있는데도 주변의 눈빛은 불안해서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수가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교통사고 건수도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는 최근 5년간 약 19% 이상 증가했다. 특히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경우, 사망사고 발생률이 65~74세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신체 인지 능력과 돌발 상황 반응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무엇이 면허증 반납을 막고 있나
정부는 2018년부터 면허를 스스로 반납하는 고령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자진반납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제 반납률은 해마다 전체 고령 면허자의 2% 안팎에 머물고 있다.
트럭 납품, 택시, 대리운전, 농업 등 고령 나이에도 운전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생계형 운전자들에게 면허 반납은 곧 ‘실직’을 뜻한다.
또 대도시와 달리 대중교통 인프라가 열악한 지방이나 교외 지역에서는 차가 없으면 병원 가기, 장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교통 공백에 대한 대안 없이 면허를 반납하라고 하는 건 ‘이동권 박탈’이라는 주장이다.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운전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반발도 크다. 80대에도 건강한 사람이 있는 반면, 60대에도 인지 능력이 저하될 수 있어 나이로만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각 지자체는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보상 성격으로 10만~20만 원(일부 지자체 최대 50만 원) 상당의 지역화폐나 선불 교통카드를 단 1회 지급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런 보상이 고령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충청남도 서천군의 한 마을에 사는 김기석(80)씨는 “지방은 버스가 하루에 몇 대 오지도 않는데, 얼마 되지도 않는 교통카드 한 장 던져주고 평생 운전을 하지 말라는 건 시골 노인들 보고 집에만 갇혀 살라는 소리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현실적 대안은?
전문가들은 단순히 면허를 내놓으라는 설득보다는 운전을 안 해도 불편하지 않은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농어촌이나 교통 취약 지역에는 부르면 오는 콜버스나 ‘100원 택시’ 같은 맞춤형 교통 시스템을 대폭 확충해 운전하지 않아도 일상생활(병원, 장보기 등)에 지장이 없도록 인프라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또 여러 조사에 따르면 고령자들은 일회성 교통카드보다 매월 소액이라도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대중교통 이용권이나 바우처를 제공할 때 반납 의사가 훨씬 높았다.
독일, 미국 등 일부 지역처럼 야간 운전 금지, 고속도로 운전 제한, 첨단 안전장치(비상자동제동장치 등) 장착 차량만 운전 허용 등 신체 능력에 맞춘 단계별 조건부 면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고령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설치 지원도 생각해볼 수 있다.
고령자 면허 반납 논란이 세대 갈등으로 번져서는 안 된다. 또 고령 운전자를 잠재적 사고 유발자로 낙인찍어서도 안 된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운전대를 놓아야 하는 순간은 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