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건강칼럼] 나이 들어 필요한 것

 

한국헬스경제신문 |

통계 주체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약 84세로 세계 평균인 약 73세를 크게 웃돈다. 국가별 순위에서도 세계 4~5위권인 장수 국가다. 이제 우리는 오래 사는 것을 넘어 ‘장수의 질적 의미’에 답해야 하는 위치에 서 있다.

 

장수가 마냥 축복이 아니라, 개인의 실질적 부담이자 공동체의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질병이나 부상 없이 일상을 영위하는 ‘건강 수명’이 대략 70세 전후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의사 입장에서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 두 가지를 꼽으라면 단연 치매와 우울증이다. 치매 인구는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 통계 자료에 따르면 노인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률은 부동의 세계 1위이기 때문이다.


최근 나는 고령 인구의 생활 방식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면서 신체 질환과 우울감, 그리고 인지 기능 저하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다각도로 파고들고 있다. 삶을 개선하기 위해 우선 무엇을 해야 할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우울과 인지 감소를 막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여러 요소를 집어넣고 인공지능기법으로 분석을 해 보았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는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또 우울과 인지 감소를 막기 위해서는 신체적 질병에 안 걸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우울과 인지 감소 연관성이 높았던 것을 연구 결과에 따라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혼자 사는 것, 가계 수입, 사회 활동 및 레저 활동.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한 두려움, 현재 주거 환경, 배움의 정도, 과거 직업보다 현재의 환경, 즉 가족 구성 상태, 빈곤 여부, 사회 활동 유무 등이 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발견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 차이가 있었는데, 남자는 사회적 활동 여부가, 여자는 독거 문제가 더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직관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실제 데이터를 놓고 분석을 해 보아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노인층 우울과 인지 저하를 줄이기 위해 우선 고려해야 할 것들이 나온다.


첫째, 남녀 노인 공히 빈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가에서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하지만 개인의 삶에서도 자식에게 무조건 재산을 다 물려주고 자식에게 의지하며 사는 노인의 모습은 이제 시대에 맞지 않는다. 노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금 가입 및 저축 등 자산 운용 문제를 중년 이전부터 준비하고 실제로 실행도 해야 한다.


둘째, 여성이 좀 더 강한 연관성을 띠지만 남성도 독거 문제는 삶의 질을 우울과 인지 저하라는 방향으로 끌고 간다. 핵가족 시대를 강조하고 서로 간섭하지 않는 삶의 방식을 추구하던 시대에 살았던 나 자신도 ‘과연 자식들과 같이 사는 것, 혹은 형제자매와 같이 사는 것이 가능할까?’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치매와 우울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요?” 묻는다면 나는 “같이 사세요.”라는 답을 낼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최소한 ‘심리적 공동체’라도 유지해야 한다. 몸은 떨어져 있더라도 서로의 안부를 묻는 규칙적인 연락과 대화가 뇌의 노화를 막는 따뜻한 방어선이 된다. 또는 동네 경로당 활동이나 취미 모임에 꾸준히 참여하여 고립의 빈자리를 채우도록 한다.


셋째, 남성의 경우 사회 활동 그리고 레저 활동의 장이 있어야 한다. 직업을 그만두는 순간 한국의 남자는 그저 수그러들 수밖에 없다. 너무나 열심히 일했던 세대였기에 ‘당연한 것처럼’ 노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남자들이 우리나라에는 존재한다. 레저라는 활동 자체를 접해 보지 못한 세대가 지금 노인층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연 직장을 그만두면 남자의 사회 활동과 레저 활동은 멈춰야 하는 것인가? 왜 나이 들면 같이 놀려고 하지 않을까?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해야 활발하고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다.


노인이기 때문에 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우울해지는 것은 아니다. 국가와 사회가 노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만 늘어놓아서도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독거보다는 공동체를, 혼자 지내는 것보다는 같이 나누는 공유 문화와 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올해 3월부터 「돌봄통합지원법(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의료도 복지도 혼자가 아닌 공동체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 천명되었고, 그 시스템을 각 지역에 맞게 구성하고 안착시키는 행정이 필요하다는 선언이 들어 있다.

 

우리는 정말 준비가 되어 있는가? 고령 사회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법 제정이 아니다. 수명이 길어진 장년층을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이들의 역할을 사회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건강, 재산, 가족도 중요하다. 하지만 설령 그것들이 부족해지더라도, 개인을 치매와 우울의 벼랑 끝으로 내몰지 않을 ‘전 세대 동행 공동체 의식’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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