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젠더

아빠 성 따르는 ‘부성 우선주의’ 드디어 폐기되나

정부, ‘제5차 건강가정기본계획’ 확정
2005년 호주제 폐지 후에도 ‘부성 우선주의’ 유지
어머니 성을 따르려면 혼인신고 시 협의서 제출해야

한국헬스경제신문 김혁 기자 |

 

민법 제781조 1항은 이렇게 규정한다.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 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

 

혼인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에게는 자동으로 아버지의 성이 붙는다. 아이에게 어머니의 성을 물려주려면 혼인신고를 할 때 ‘자녀의 성·본을 모의 성·본으로 하는 협의를 하였느냐’라는 칸에 ‘네’라고 기재하고 협의서도 제출해야 한다. 출생신고를 할 때가 아니다. 혼인신고를 할 때다.

 

2005년 호주제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고 폐지됐지만 아버지의 성을 ‘기본’으로 물려주는 민법 조항은 그대로 남았다. ‘부성 강제주의’는 사라졌지만 ‘부성 우선주의’는 유지된 것이다.

 

어머니 성을 따를 때만 특정한 절차를 요구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호주제 폐지 20년이 되도록 이 조항은 바뀌지 않았다.

 

 

이 민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은 2021년 3월 한 시민에 의해 제기됐지만 5년이 넘도록

변론 한 번 거치지 못하고 헌재에 계류돼 있다.

 

성평등가족부가 9일 ‘제5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6~2030)’을 발표하면서 성평등한 사회 변화를 반영한 자녀의 성 유지·결정 방식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부성 우선주의’에 대한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민법 관련 조항을 개정할 것을 우리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정부는 또 미혼부도 혼인 외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한다.

 

혼인 중인 여성이 남편이 아닌 남성과 낳은 자녀는 법률상 남편의 자녀로 추정돼 생부가 곧바로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생모가 협조하지 않으면 소송을 거쳐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2023년 이 같은 제도가 아동의 출생등록 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