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한기봉 기자 |
“요즘 왜 이렇게 피곤하지?”
충분히 잠을 잔 것 같은데도 몸이 무겁다.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배는 나오고 체중은 잘 줄지 않는다. 혈압도 높아지고 혈당도 오르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단순히 나이 탓이나 과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 배경에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코르티솔은 흔히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린다. 하지만 코르티솔은 원래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생존 호르몬이다. 문제는 지나치게 많아질 때 발생한다.
코르티솔은 신장 위에 있는 부신에서 분비된다. 인류가 원시시대 야생동물과 맞닥뜨렸을 때를 떠올려 보자. 맹수가 나타나면 몸은 즉시 비상체제에 돌입한다. 심장이 빨리 뛰고 혈압이 올라가며 혈당이 증가한다. 근육에는 더 많은 에너지가 공급된다. 위험에 맞서 싸우거나 도망가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코르티솔이다. 코르티솔은 우리 몸이 위기에 대응하도록 돕는 일종의 생존 스위치인 셈이다. 실제로 코르티솔이 부족하면 심한 피로감과 저혈압이 나타나고 생명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문제는 현대 사회의 스트레스가 과거와 다르다는 점이다. 맹수는 없지만 스트레스는 더 많다. 원시시대의 위협은 대부분 짧게 끝났다. 맹수를 피하면 스트레스도 사라졌다.
그러나 현대인은 다르다. 직장 업무, 경제적 부담, 인간관계 갈등, 입시 경쟁, 취업난, 노후 걱정 등 스트레스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몸은 계속해서 위기 상황으로 착각한다. 결국 코르티솔이 만성적으로 높아진 상태가 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만성 스트레스 상태’라고 부른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코르티솔이 높아지면 몸에 무슨 일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는 피로감이다. 코르티솔은 단기간에는 에너지를 끌어올리지만 장기간 과다 분비되면 오히려 에너지 시스템을 소진시킨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하루 종일 무기력함을 느끼게 된다.
복부비만도 대표적인 증상이다. 코르티솔은 지방을 배와 허리 주변에 저장하도록 유도한다.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일수록 이른바 ‘올챙이 배’가 생기기 쉬운 이유다.
혈당과 혈압도 함께 상승한다. 코르티솔은 혈액 속 포도당 농도를 높인다. 이것이 반복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고 결국 당뇨병 위험이 커진다.
혈압 상승 역시 마찬가지다. 만성 스트레스가 고혈압과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면역력 저하도 빼놓을 수 없다.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면 스트레스 상태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도 관련
최근에는 정신건강과 코르티솔의 관계도 주목받고 있다. 장기간 높은 코르티솔은 뇌 기능에 영향을 준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우울감이 증가할 수 있다.
실제로 우울증 환자 중 일부는 코르티솔 분비 이상이 관찰된다. 만성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불안장애나 번아웃 증후군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번아웃은 단순히 지친 상태가 아니다. 지속적인 스트레스 노출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를 말한다.
스트레스를 없앨 수는 없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를 완전히 제거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규칙적인 운동이 꼽힌다. 걷기나 가벼운 유산소 운동은 과도한 코르티솔을 낮추고 기분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충분한 수면도 중요하다. 잠이 부족하면 코르티솔 분비가 증가한다. 반대로 숙면은 스트레스 회복 능력을 높여준다.
명상과 호흡 운동, 취미생활, 사회적 교류도 도움이 된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와의 대화는 스트레스 해소에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한다.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
스트레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몸은 다양한 방식으로 신호를 보낸다.
불면증, 만성피로, 소화불량, 두통, 복부비만, 짜증과 우울감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컨디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몸속에서는 이미 코르티솔이 경고등을 켜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현대인은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건강은 크게 달라진다.
코르티솔은 우리를 살리는 호르몬이지만, 통제되지 않을 경우 건강을 위협하는 독이 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