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헬스경제신문 | 박은직 하나로의료재단 호르몬건강클리닉 원장, 내분비내과전문의
가임기 여성은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번 생리를 한다. 그런데 20~30대 여성의 3~4%는 무월경을 경험한다. 무월경은 스트레스나 피로, 특정 약물 복용의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자궁이나 난소의 질환 또는 기능성 시상하부 무월경, 고프로락 틴혈증, 다낭성 난소 증후군 등 다양한 내분비 질환이 원인일 수 있는 만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월경으로 인한 건강 이상
무월경은 생리가 없는 상태로, 원발성(일차성)과 속발성(이차성)으로 나뉜다. 원발성 무월경은 15세가 넘어도 첫 생리가 없는 상태로, 염색체 이상이나 태어날 때부터 몸 구조에 문제가 있어 발생한다. 속발성 무월경은 정상적으로 생리를 하던 여성이 3개월 이상 생리를 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무월경이 지속되면 임신이 어려워지고, 여성호르몬 부족으로 인한 골다공증, 심혈관계 질환 위험률이 상승한다. 특히 원인이 호르몬 불균형일 경우, 각 호르몬 이상에 따른 다양한 증상과 문제가 유발될 수 있다.
무월경의 내분비적 원인
•기능성 시상하부 무월경 : 속발성 무월경의 가장 흔한 원인은 '기능성 시상하부 무월경'으로, 심한 스트레스, 영양 부족, 지나친 운동, 만성질환 등으로 발생한다. 인체는 스트레스를 겪거나 에너지가 부족한 상황에 처하면 값비싼 생식 과정, 즉 잉태하는 데 드는 에너지보다 생존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에너지를 그쪽에 먼저 사용한다. 이를 ‘적응 기전’이라고 한다. 이런 반응은 인체가 환경적, 신체적 스트레스 요인을 스스로 해소하려는 생리적 반응이다. 스트레스 요인이 사라지고 몸이 안정되면 생리 주기도 정상적으로 돌아온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 :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가임기 여성에게 흔한 내분비 질환 중 하나로, 유병률은 5~18%에 이른다. 정상적인 경우, 생리 주기마다 여러 개의 난포 중 하나의 난포가 약 2cm까지 자라며 배란이 이루어지고, 임신이 되지 않으면 약 2주 뒤 생리가 시작된다.
하지만 다낭성 난소 증후군 환자에서는 작은 난포들이 동시에 여러 개 생기지만,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배란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무월경이 발생하고 자궁내막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져 자궁내막암 위험이 3~6배 높아진다.
또한 남성호르몬이 과다하게 생성되어 다모증이 생기고, 비만 및 과체중으로 인슐린 저항성, 내당능 장애,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등이 발생 할 가능성도 커진다. 원인으로는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의 호르몬 불균형, 인슐린 저항성, 남성 호르몬 과다 분비 등이 거론되지만, 아직까지는 명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해 이를 규명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고프로락틴혈증 : 프로락틴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출산 후 모유 생산을 촉진한다. 프로락틴이 정상 이상으로 증가하는 고프로락틴혈증은 성선자극호르몬 분비를 저하시켜 배란 장애를 유발한다. 이로 인해 무월경, 유즙 분비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이차적으로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골밀도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고프로락틴혈증을 유발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임신, 수유, 스트레스 등 생리적 상황 외 복용 중인 약물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신부전 환자의 약 30%에서 프로락틴 상승이 관찰되며, 일차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 및 시상하부 질환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뇌하수체 프로락틴 분비선종도 주요 원인 중 하나이며, 이 경우 약물 치료에 반응이 좋아 종양의 크기가 줄고 임신과 출산도 가능하게 된다.
•뇌하수체 기능 부전 : 뇌하수체 기능 저하증으로 성선자극호르몬이 결핍될 경우 소아는 2차 성징 발현이 지연되고, 사춘기 이후 여성에서는 배란 장애로 무월경 및 난임이 발생할 수 있다. 뇌하수체 기능 부전의 주요 원인에는 시상하부 질환 및 뇌하수체 선종, 뇌하수체 괴사를 일으키는 시한증후군, 뇌하수체염 등이 있다.
•난소 부전에 의한 조기 폐경 : 폐경은 보통 50세경에 시작되지만, 40세 이전에 조기 폐경이 되기도 한다. 폐경이 되면 난소 기능이 저하되면서 생리가 사라진다. 전체 여성의 1%에서 발생하며 1000명 중 1명은 30세 이전에 경험할 만큼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주요 원인으로는 유전, 자가면역 질환, 감염, 방사선 요법·항암 화학 요법의 후유증 등이 있다.
정상적으로 생리를 하던 여성이 생리를 3~4번 거르게 되면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생리불순 또는 무월경은 단순한 일시적 증상이 아니라 호르몬 불균형 및 다양한 내분비 질환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지속된다면 내분비 호르몬 전문의 진료를 받아 보아야 한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