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병을 대하는 사회의 품격

  • 등록 2025.06.19 09: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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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날드 레이건 대통령, 알츠하이머 걸린 사실 공개
재임시절 알츠하이머 논란 있었지만 사회 품격으로 승화

 

한국헬스경제신문 | 박건우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매스컴에서는 연일 새롭게 선출된 이 나라의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국정을 펼칠지, 어떤 지도자가 되어야 하는지를 두고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각 후보들은 선거 기간 동안 국민의 지지 를 얻기 위해 공약과 실천 의지를 밝힌 바 있으며, 이제는 그 약속이 실현될지 국민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도자의 자질에 대해 너무나 많은 교훈을 겪어 온 만큼, 이번에는 진정으로 훌륭한 지도자가 탄생했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런데 문득 이런 황당한 생각도 해본다. 만일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치매라면 어떡하지? 정치에서, 지도자가 치매라는 것보다 더 최악인 상황이 있을까?

그런 상상이, 상상이 아닌 현실이었던 나라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 나라는 다름 아닌 미국이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지금 까지도 미국 국민에게 훌륭한 대통령 중 하나로 기억되는 로널드 레이건이다. 대통령 은퇴 후 그의 알츠하이머 치매가 알려지면서 재직 시절, 그의 결정이 치매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많은 의문과 연구 그리고 청문회까지 진행되었다. 치매 환자를 대통령으로 뽑다니….

 

우리나라였다면 상상도 못할 책임론과 그 주변 사실의 은폐 조작, 그에 대한 색출과 정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달랐다. 피상적일지는 몰라도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나라가 정치적 혼돈에 빠지지는 않았다.

 

어떻게 그와 같은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테지만, 나는 그중 하나로 미국이 치매 대통령을 어떻게 대우했으며, 그 치매 대통령이 국민에게 어떤 태도와 행동을 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민들은 치매 대통령을 향해 배신감을 표출하는 대신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상태에서도 국정을 이끌었던 지도력을 신뢰하였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공감하고, 도리어 존경하였다. 물론 몇 가지 중요 사건이 청문회에 올라가기도 했다.

 

그러나 청문회에서도 사실의 확인, 진실 규명에 집중하였지 책임론을 들먹이지 않았다. 반대 정당 역시 그의 병을 정치적 이슈로 삼지 않았다. 레이건이라는 인간에 대한 평가와 병을 구분할 수 있었던 정치인과 일반 민중의 능력과 품격, 나는 이러한 점을 높게 평가한다. 

 

더 멋진 것은 레이건의 반응이다. 그는 자신의 어려움과 질병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솔직히 전 국민에게 알리고 소통하였다. 또한 자신의 상황에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병든 자들의 어려운 처지를 대변해 주었다. 그리고 뇌의 질병 극복을 위한 투자를 미국 및 전 세계 국민에게 호소하였다. 그의 행보는 현대 뇌 연구 발전에 강한 기폭제가 되었다. 다음은 그가 미국 국민에게 쓴 자필 편지이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최근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처럼 제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후, 아내 낸시와 저는 이 사실을 개인적인 일로 남길 것인 지, 아니면 국민 여러분께 알릴 것인지 고민해야 했습니다.

 

저는 과거에도 미국 국민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을 때는 항상 정직하고 솔직하게 말씀드리려 노력해 왔습니다. 이제 이 사실 역시 여러분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저희가 마음을 열고 이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이 병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이 일어나기 를 바랍니다.

 

이로 인해 이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 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현재 저는 아직 건강하다고 느낍니다. 남은 인생 동안 하나님 께서 제게 허락하신 시간을, 이전처럼 늘 해오던 일들을 하며 살아갈 생각입니다.

 

저는 사랑하는 아내 낸시와 가족과 함께 인생의 여정을 계속할 것입니다. 또 제 친구들과 지지자들과도 계속해서 소통하며 지낼 계획입니다. 안타깝게도,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면 가족에게 큰 짐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낸시가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지 않을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오더라도 여러분의 도움으로 낸시는 믿음과 용기를 가지고 잘 이겨 내리라 믿습니다. 끝으로,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 일할 수 있는 큰 영광을 허락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하나님께서 언제 부르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과 조국의 미래에 대한 영원한 희망을 안고 떠날 것입니다. 이제 저는 제 인생의 황혼기로 여행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미국의 앞날에는 언제나 밝은 새벽이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친구 여러분. 하나님께서 여러분 모두를 항상 축복하시길 바랍니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

유재민 기자 jmyoo4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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