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ADHD 치료에 관한 오해와 진실

  • 등록 2025.11.09 08:2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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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약 복용, 장기학습효과에 도움 안돼

 

한국헬스경제신문 | 김은주 연세대 의과대학,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는 대표적인 신경발달장애로 소아·청소년기에 흔히 나타난다. 전 세계적으로 아동기 유병률은 약 5~7%, 아동기 ADHD 증상이 청소년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은 50~80%, 성인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은 35~65% 정도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아이의 장기적인 발달과 삶의 질에 매우 중요하다.

 

인지 훈련으로 주의력이 향상될 수 있을까
ADHD의 핵심 증상은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충동성 등이다. 흔히 감정 조절 어려움, 학습 및 사회성 문제, 작업 기억력 저하가 동반된다. 최근 여러 정보를 통해 부모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ADHD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져 있으나,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요즘 아이들, 다 산만하지 않나?”, “약은 중독되는 것 아닌가?” 같은 오해가 널리 퍼져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부모들이 약을 기피하면서 “적절한 훈련을 받으면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는다. 실제로 뉴로 피드백(뇌파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피드백을 제공하여, 개인이 자신의 뇌 활동 패턴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기법), 작업 기억 훈련, 인지 행동 치료 등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약물은 ADHD의 핵심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확실히 입증된 반면, 인지 훈련은 일시적 효과에 그치거나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즉 ADHD 치료의 기본은 효과가 확실하게 입증된 약물 치료이며, 보조적으로 인지 훈련 등을 병행하면 치료 성과가 한층 높아진다. 행동 치료, 부모 교육, 사회성 훈련 등은 ADHD 증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동반될 수 있는 공존 질환(불안, 우울, 틱, 학습 장애 등)을 관리하는 데 필수 과정이므로, 전문의와 상담한 후 적절히 시행해야 한다.

 

약물은 증상이 심한 아이만 쓰는 것이 아닌가
“약은 다른 치료를 해 보고도 안 되면 쓰는 마지막 수단이다.”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ADHD 진단 시, 현재까지는 약물 치료가 최선의 방법이다.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약물, 식이요법, 운동으로 치료하는 것처럼 ADHD 증상도 적절한 약물 치료와 생활 관리로 조절할 수 있다.


한편 ADHD 증상이 경미하거나, 약물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강할 때, 혹은 약물 치료를 받는데도 효과가 미미하거나 부작용이 심한 경우, 불안·반항·우울· 학습 부진 등 기타 문제가 동반된 경우에는 행동 치료나 부모 교육, 사회성 훈련 등의 심리사회적 치료가 도움이 된다.

 

약은 한번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나
많은 부모가 “약물은 한번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두려움을 갖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영국의 국가보건임상연구원(NICE) 가이드라인에서도 권고하듯, 1년마다 ADHD 증상 재평가를 통해 약물 치료 지속 여부를 판단한다. 치료 효과가 유지된다면 수년간 복용하기도 하지만, 일정 시점 이후 증상이 호전되면 중단하기도 한다. 즉 평생 복용이 아니라 아이의 상태와 ADHD 상태 경과에 따라 조절하면 되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약을 먹으면 성장에 방해되지 않나
세간에서는 ADHD 치료제 중 메틸페니데이트 계열 약물이 아이들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약물 복용 부작용인 식욕 저하로 먹는 양이 줄면서 성장 속도가 더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서도 일부 아동에서 약물 치료 초반에 식욕 저하로 인한 성장 지연 가능성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장기 관찰 결과에 따르면 최종적으로 성장이 끝나는 시점에 해당하는 시기의 성인 키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의사들은 정기적으로 키와 체중을 측정하면서 필요시 약물 용량을 조절한다. 만약 단순한 식욕 저하 수준이 아닌 심한 소화기장애나 복통 등을 일으키는 정도라면 약물 용량을 줄이거나, 다른 계열의 치료제 혹은 비약물적 치료로 전환할 수 있다. 식욕 저하 또는 소화기 장애가 있더라도 수 주에서 수개월 정도 복용하면 신체가 약물에 적응하면서 해당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도 많다.


또 성장 지연이 확인되면 방학이나 휴일에는 약물 복용을 쉬도록 권장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ADHD 약물 복용 시 성장에 문제가 생긴다는 걱정은 과장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ADHD 약은 중독되지 않나
ADHD 약물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마약류로 지정되어 있지만, 이는 ‘의학적 관리가 필요한 약’이라는 행정적 분류일 뿐이다. 실제로는 전문가들이 처방하고 관리하고 있어서 중독 위험은 매우 낮다. 치료받지 않은 ADHD 아동· 청소년은 성인이 된 후 물질 남용이나 중독의 위험이 높아지는 반면, 꾸준히 치료를 하면 물질 남용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더 많다. 즉 ‘마약류’라는 단어에 이끌려 근거 없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ADHD 치료를 미루는 것이 아이의 미래에 더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


ADHD 약을 먹으면 사회생활에 걸림돌이 될까
“약을 먹으면 병력 기록이 남아 취업이나 보험 가입 시 불리하다.” 이런 걱정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기우다. 일반 회사나 단체가 환자의 동의 없이 의무 기록을 조회할 권한은 없다. 보험의 경우, 치료 전 가입한 보험은 아무 상관이 없으며, 보험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1개월 미만의 투약, 7회 이하의 내원이나 단순 상담, 또 치료 종료 후 5년이 지난 경우 역시 보험 가입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때에는 제약이 따르기도 하지만, 간질이나 천식처럼 만성질환을 앓는 유병자 역시 보험 가입 시 조건이 까다로운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정신과 질환이라 해서 딱히 차별을 받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병력 기록 문제를 이유로 치료를 피하는 것은 잘못이다. 과도한 우려가 오히려 병을 키운다.


ADHD 약을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던데
간혹 ADHD 약을 ‘공부 잘하게 해 주는 약’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해당 약물은 지능을 높여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원래 가지고 있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집중력을 돕는 것이다. 실제 연구에서는 ADHD 아동이 약물 치료 후 지능지수가 7~15점 정도 올라가는 경우가 보고되는데, 이는 아동이 검사 상황에서 높은 집중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또한 약물은 주의력과 학습 태도 역시 향상시키는데, 이 영향으로 학업 성취도가 높아지기도 한다.

 

한편 ADHD 증상이 없는 일반 아동이나 청소년이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에 잠깐 효과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이고 장기 복용을 하게 되면 불안, 초조, 식욕 저하, 흥분 현상 등이 생겨 오히려 학습 효율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심하면 부작용 때문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의 진단 결과 ADHD로 확진된 경우에만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ADHD는 결코 드문 병이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오해와 편견 속에서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이해’다. 약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아이의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치료 수단이며, 훈련과 생활 관리가 함께 이루어질 때 가장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ADHD는 부모의 잘못이나 아이의 의지 부족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올바
른 치료와 지지가 있다면, ADHD 아동도 충분히 건강하고 당당한미래를 그려 나갈 수 있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

유재민 기자 jmyoo4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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