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반려동물은 주인을 닮을까

  • 등록 2025.06.29 09: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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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헬스경제신문 | 이후장 경상국립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부부는 닮은 사람끼리 만난다

“부부는 살면서 서로 닮아 간다.”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수긍한다. 하지만 2024년 10월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진은 부부의 외모가 서로 닮아 간다는 건 근거가 없다고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Spouses’ Faces Are Similar but Do Not Become More Similar Over Time)」에 발표한 바 있다.

 

연구진은 517쌍의 백인 이성 부부 사진을 온라인에서 수집해 신혼 때(결혼 후 2년 이내)와 20∼69년 후의 사진을 인공지능 안면 인식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비교한 결과, 연구진의 예상과 달리 부부가 서로 닮아 간다는 증거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고 하면서, 오히려 외모가 비슷한 사람끼리 상대방을 부부로 선택한다는 증거를 발견하였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부부의 얼굴은 닮은 부분이 많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닮아 가는 것이 아니라 닮은 사람끼리 만난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은 주인을 닮아 가는가

2000년 1월, 한 애견식품 회사는 주인 사진과 닮은 강아지들의 사진을 나란히 배치하고, “그는 당신을 닮았을지 몰라도, 같은 음식을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광고로 화제를 일으킨 적이 있다.

 

반려견을 키우는 주인의 얼굴을 가만히 보면, 신기하게도 반려견과 닮은꼴인 경우가 많다. 왜 이렇 게 닮게 되었을까?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교의 심리학자 스탠리 코런이 '사이컬리지 투데이'(Psychology Today) 2013년 8월호에 실은 '반려견은 자신의 주인과 닮았나?'(Do Dogs Look Like Their Owners?)에서,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에 재학 중인 104명의 여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였다.

 

긴 머리의 여학생은 코커스패니얼이나 비글과 같이 귀가 크고 긴 개를 좋아하였고, 짧은 머리의 여학생은 시베리아 허스키처럼 귀가 뾰족한 개를 좋아하였다. 즉, 여학생들은 자신과 닮은 친숙한 모습의 반려견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2015년 4월, 일본 간사이 대학교의 사다히코 나카지마는 반려견과 주인이 서로 닮았는지를 알아보는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이 연구를 인간과 동물 간의 관계를 다루는 학술지 『앤서로조 스(Anthrozoös)』에 「개와 주인은 눈 주위가 서로 닮았다(Dogs and Owners Resemble Each Other in the Eye Region)」라는 제목으로 게재하였다. 이 실험에서 연구진은 502명의 참가자에게, 주인과 반려견 모두 눈을 가린 사진과 주인과 반려견의 눈만 보이는 사진을 보여 주고 서로 닮은 모습을 유추해 반려견과 주인의  짝을 선택하게 했다.

 

그 결과 주인과 반려견 모두 눈을 가린 사진에서는 올바른 짝을 식별한 비율이 절반 정도 였으나, 반려견과 주인의 눈이 보이는 사진에서는 정확도가 74%로 올라갔다고 한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반려 견과 주인의 눈 주변 특징을 비교함으로써 외모의 유사성을 판단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외모뿐 아니라 성격도 닮는다

2017년 1월,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의 아이리스 쇠베르 연구진은 반려견과 주인의 성격 관계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공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하였다. 이들은 「사람-개 사이에서 코르티솔 변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생물학적 요인(Psychobiological Factors Affecting Cortisol Variability in Human-Dog Dyads)」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성격과 생리 반응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반려인 132명과 그들이 키우는 반려견을 대상으로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감지할 때 발 생하는 코르티솔 호르몬 수치를 측정한 결과, 스트레스에 예민한 반려인과 반려견은 그렇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코르티솔 수치의 변화가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정서전이 현상, 즉 어떤 대상의 특정 목소리나 몸짓에 자주 접하게 되면 점차적으로 그 대상과 비슷한 성격과 정서를 갖게되는 경향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영국 노팅엄 트렌드 대학교 로렌 핀카 연구진은 2019년 5월, 공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반려묘와 주인 간 성격 상관성에 대해 발표하였다. 연구진은 3331명의 반려묘 주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인이 예민하면 반려묘 역시 공격적이고 소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주인이 긍정적이면 반려묘 또한 활달 하고 명랑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주인이 자의식이 높은 경우에는 반려묘 역시 겁이 없고 대담하며, 공격적이지 않고 온순했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연구진은 주인의 성격이 반려묘의 행동 양식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 상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하였다. 반려동물은 주인의 성격과 행동을 닮아 간다는 주장을 놓고 어떤 연구는 긍정적인 관점을 보이고, 어떤 연구는 단순한 우연이나 선택의 문제라고 판단한다. 사람들은 반려동물과 감정적 교류를 한다. 나의 반려동물이 민감하 거나 공격적이라면 보호자인 내가 그들에게 그런 모습을 자주 보여 준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

이상혁 기자 healtheco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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