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윤해영 기자 |
“분노는 ‘사랑’과 동전의 앞과 뒤 같은 관계였다. 즉 분노가 없다면 사랑에 의해 만들어진 관계가 유지될 수 없었다. 이후 나에게 분노는 있어선 안 될 존재가 아니라 있어야만 하는 존재가 되었고, 상담에서 분노에 대한 내용이 나오면 해결의 실마리를 잡은 듯 반가웠다.”
“분노를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식하고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보다는 분노의 순기능을 찾아야 한다. 분노는 원천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작동한다. 이때 상대를 지나치게 공격하는 용도로 분노를 사용하지는 말아야 한다. 복수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 사회에서 복수는 궁극적으로 아무 이익도 주지 않는다. 복수가 성공한다 해도 곧바로 상대의 보복 공격이 시작되는 끊임없는 소모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내 분노가 객관성을 가질 때 상대를 설득할 수 있고, 상대방이 표현하는 분노의 주관성을 존중할 때 그 아픔을 세세한 부분까지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분노의 긍정적인 기능이 잘 발휘되어 관계는 멋지게 회복된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30여 년 넘게 방송과 글을 통해 부부 갈등을 다뤄 온 김병후 박사가 분노를 집중 해부한 책 ‘보통의 분노’를 냈다.
그에 따르면 부정적 감정도 우리 삶의 일부다. 하지만 우리는 제대로 화내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하루에도 몇 번씩 터져 나오는 분노로 인해 인간관계에서 고립되고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에 문제가 없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분노에 압도되고 희생당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도 우리는 분노에 대해 정말로 모른다”라고 말한다.
문제는 분노 자체가 아니라 분노가 어떻게 부정적으로 행동화되느냐다.
저자에 따르면 분노는 원천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작동하며,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지키게 해주는 소중한 감정이다.
그는 “인간의 분노는 공격성이라기보다는 사회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한 관계 내의 행위”라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 삶의 흔하고 중요한 감정인 분노의 역할과, ‘감정의 급발진’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올바르고 세련된 분노 사용법을 알려 준다.
그에 따르면 인간 삶에서 가장 심하게 분노가 남용된 사례 중 하나는 ‘다름’을 분노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라고 한다. 그 다름이 지역이든, 성별이든, 신분이든, 가치관의 차이든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가 공적 분노로 다루어야 할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저자는 부부 관계에서는 물론이고,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인간이 가진 분노의 순기능에 집중하며 정당한 분노가 건강하게 표현될 때 인간관계와 사회 발전에 어떻게 이바지하는지를 말해준다.
자신의 분노와 타인의 분노로 인해 상처받은 독자라면 그 심리적 상처를 회복하고 인간관계에서 분노를 유발한 문제를 좀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