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뷰티

여성이 많이 찾는 ‘질 세정기’ 괜찮을까

일부 효과는 있어도 질염 치료는 못해
구입할 때 의료기기 허가 여부 확인해야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넓어지는 K-뷰티 시장이 ‘Y존 케어’까지 확대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질 내부를 세정하는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는 ‘질 세정기’가 제약회사, 뷰티 업계를 중심으로 시중에 많이 판매되고 있다.

 

산부인과에서는 질 세정기가 안전한 건지, 효과는 있는 건지 질문하는 여성이 많다고 한다.

 

질 세정기는 탐폰처럼 질 내에 작은 병이나 자루 형태의 기구를 삽입한 뒤에 주사기처럼 누르거나 병을 눌러 액체가 질 내에 분사되는 방식이다.

 

반면 ‘여성청결제’는 화장품으로 분류되며 외음부 청결을 목적으로 하는 세정제로, 질 세정기와는 다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질 세정기를 의료기기 혹은 의약품으로 허가받도록 하고 있다.

질 세정기를 사용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질염 증상을 해소하기 위해, 더운 여름철에 Y존에서 나는 냄새를 줄이기 위해, 생리가 끝난 후 며칠간 지속되는 분비물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한다. 성관계를 하기에 앞서, 또는 성관계 후 세정을 목적으로 구입하기도 한다.

 

질 내 사정 후 피임을 위해 질 세정기를 쓰는 사람들도 일부 있는데 피임 효과는 전혀 없다.

 

질염은 질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세균, 칸디다균, 트리코모나스 등이 원인이다. 특히 칸디다성 질염은 여성의 대다수가 평생 한 번은 경험해볼 정도로 흔하다. 방치하면 자궁이나 나팔관에도 균이 번질 수 있어 일상에서의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여름철 물놀이를 다녀온 후 많이 생긴다.

 

질염은 분비물의 양이 많아지고 불쾌한 냄새가 나며, 외음부가 가렵고, 소변을 볼 때 통증을 느끼는 증상을 보인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질 세정기 효과에 대해 “질염이 악화해 질 분비물이 심하거나 냄새가 많이 나면 증상 개선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병원에서 처방하는 질정제 등 약을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가 좋기 때문에 병원을 방문하지 못할 때 잠시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는 있다”고 말한다. 질 세정기가 질염을 치료해주는 효과는 없다는 것이다.

 

또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질 세정기를 처음부터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장한다.

 

여성의 질 내부는 정상 세균 활동을 하면서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질의 면역력이 잘 유지되고 있는 상태라면 굳이 인위적으로 균형을 깨뜨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과다한 질 내부 청결 행위는 오히려 질 내 유익한 세균총을 파괴해 질의 pH를 높이기 때문에 질 내 환경을 알칼리로 변하게 한다. 그러면 질 감염이 발생할 확률이 커진다.

 

질염이 의심되면 질 세정기를 찾기보단 산부인과를 방문해 진단을 받는 게 우선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질세정기와 여성청결제 온라인 광고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매년 허위·과대광고를 수백 건 적발해 시정 및 접속차단 조치를 하고 있다. 허가받지 않은 의학적 효능을 광고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

 

식약처는 “생리대, 질세정기를 구입할 때 ‘의약외품’이나 ‘의료기기’로 허가받은 제품인지 표시‧허가사항을 확인해야 한다”며 “특히 질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는 제품을 구매할 때는 상세 허가사항을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