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료

남성, ‘사정’ 자주 할수록 전립선암 위험 줄어든다

여러 연구에서 발병률 30% 안팎으로 줄여
사정이 전립선 내의 면역 반응 강화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전립선암은 전 세계적으로 남성에게 두 번째로 많이 진단되는 암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남성 암 중 1위가 됐다.

 

국내에서도 남성 암 중 폐암·위암·대장암 다음이며 증가율은 약 6%로 단연 1위다. 국가검진에서 여성은 자궁경부암 검사가 들어있듯이 전립선암 검사도 수년 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조기 진단과 치료 기술 발전에 따라 전립선암은 5년 생존율이 약 96%에 달한다. 하지만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생존율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전립선(전립샘)은 정액을 만드는 것을 돕는 생식 기관이어서 전립선암과 성적 행위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는 비뇨의학계에서 꾸준히 지속돼 왔다.

 

가장 큰 주제는 “성행위와 전립선암 발병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라는 의문이다.

 

의학계에서는 “100% 확실하게 관계가 있다”라고 대답할 만한 과학적 근거는 규명되지 않았지만 “관계가 있다”라고 본다. 여러 연구 결과가 그걸 뒷받침했다.

 

사정을 많이 하는 남성이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전립선암 발병률이 낮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과 러시아 등 공동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임상비뇨기암(Clinical Genitourinary Cancer)’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전립선암 발생과 사정 빈도 사이 상관관계에 대해 분석한 11개 연구 중 7건이 그런 결과를 내놓았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건 수년 전 하버드의대 연구다. 하버드 연구팀은 46~81세 건강한 백인 남성 3만 2,000명의 성생활을 18년에 걸쳐 추적 연구했다. 이들 중 3,839명은 훗날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 연구팀은 최근 1년간 한 달에 몇 번 사정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한 달에 21회 이상 사정한 남성은 한 달에 4~7회만 사정한 남성보다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3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이하에서는 약 20% 정도 발병률이 감소했다.

 

호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는데, 일주일에 평균 5~7회 사정하는 남성은 2~3회 미만으로 사정하는 남성에 비해 전립선암에 걸릴 확률이 36% 낮았다.

 

언급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여성 20명 이상과 성관계를 맺은 남성은 여성 1명과 성관계를 맺은 남성에 비해 전립선암에 걸릴 확률이 2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순결을 지키는 남성들은 성관계를 자주 갖는 남성들에 비해 전립선암에 걸릴 확률이 약 2배 더 높았다.

 

그 이유는 명쾌하게 규명되진 않지만 대체로 사정은 전립선 내의 면역 반응을 변화시켜 암 발병의 위험 요인인 염증을 줄이거나 종양 세포에 대한 면역 방어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심리적 긴장을 줄여 특정 전립선 세포가 너무 빨리 분열해 암이 될 가능성이 커지는 걸 방지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을수록 전립선암 위험도 높아진다는 게 일반적 견해였으나 현재 의학계는 반대로 보고 있다.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보이는남성은 성욕이 강해 성관계나 자위를 많이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전립선암 위험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정이 전립선암을 예방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다른 요인으로 인해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성관계를 자주 갖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건강하고 적극적인 생활 방식을 가질 수 있다.

 

성행위와 사정은 전립선 건강 외에도 심장, 뇌, 면역, 수면, 스트레스 감소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많은 연구가 증명했다. 따라서 사정 빈도와 전립선암 사이의 연관성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해도 성관계나 자위 등에서 얻는 잦은 사정은 건강에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는 것이 의학계의 일반적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