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영양

[채소/과일 열전] ⑨ ‘고수’ 효능 알면 먹어야 한다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동남아 음식에 들어가는 채소인 ‘고수’는 향과 맛 때문에 사람들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음식이다. 싫어하는 사람들은 고수에서 화장품이나 비누, 세제 맛이 난다고 기겁을 한다. 태국, 베트남 식당에서 특히 많이 쓰는데 쌀국수 식당에 가도 고수를 꼭 빼달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반면 좋아하는 사람들은 국수 위를 덮을 정도로 많이 넣는다.

 

고수는 지중해 동부 원산의 미나리과인데 코리엔더라는 식물의 잎이나 줄기 부분을 가리킨다. 3000년 이상 전 고대 이집트에서 약초로 이용되었다는 기록도 있을 만큼 오래 된 채소다.

 

그런데 고수를 먹지 않는 사람들도 고수의 건강 효능을 들으면 아마 생각이 바뀔지도 모를 만큼 고수는 영양소의 보고다.

 

고수에는 마그네슘, 칼슘, 인, 칼륨, 베타카로틴, 비타민A·B·C·K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다. 비타민 K는 골다공증 예방에 좋고, 베타카로틴은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 칼륨은 나트륨 배출을 돕고 이뇨 작용을 일으켜 체내 노폐물을 배출시킨다. 이는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며 심장질환의 위험을 감소시킨다. 또한 고수 속 ‘시네올’과 ‘리놀레산’은 몸의 부기를 빼주기도 한다.

 

고수에는 또 플라보노이드 퀘르세틴 등의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 위액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위장 건강을 개선하는 데, 살모넬라 같은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박테리아 성장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세포의 인슐린 감수성을 높여주기 때문에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불안과 불면증,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고수의 향은 제라니올과 리날로올, 보르네올 성분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이들 성분은 모두 위장 기능과 소화 작용에 도움이 된다.

 

한방에서는 고수를 약으로 쓰기도 한다. 고수는 풍을 치료하고 거담제로 쓰이며 신경쇠약을 치료하고 혈압을 낮춰 준다. 소화를 잘 되게 하고 입 냄새도 없앤다. 또한, 따뜻한 성질을 나타내는 고수풀과 차가운 성질의 더덕을 1대 1로 해 진하게 달여 마시면 전립선염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특유의 향 때문에 고수를 먹지 못한다면 다른 조리 방법을 써볼 수 있다. 고수는 가열 조리하지 않으면 특유의 향을 줄일 수 있다. 국물에 넣지 말고, 잘게 다져 다양한 요리에 조금씩 곁들이는 식이다. 타코를 만들 때 토르티야에 고기, 해산물, 채소, 치즈 등과 함께 고수 페스토나 라임을 뿌려 먹으면 감칠맛을 더할 수 있다. 베트남 샌드위치 ‘반미’에 고수를 넣어 먹는 것도 방법이다.

 

고수에 대한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이유는 특정 유전자 때문일 수 있다. 고수 특유의 향과 맛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다른 ‘단일염기다형성(SNP)’ 염색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NP는 후각을 수용하는 염색체로 해당 수용체가 후각 수용체 유전자 ‘OR6A2’일 경우 고수 속 ‘알데하이드’를 감지할 수 있다. 알데하이드는 화장품이나 비누에 많이 들어있는 성분인데 고수에서 화장품·비누 향이 난다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 화학협회 연구에 의하면 유전자 변이는 고수 선호도가 높은 중동, 남아시아 국가에서 발생 비율이 낮고 고수 소비가 적은 동아시아 등에서 발생 비율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