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1~3억 사용료에도…지하철 역명에 붙은 병원 이름들

서울지하철 역명 병기 3곳 중 1곳이 의료기관
기업체 다음으로 많아
최고가 경쟁입찰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기봉 기자 |

 

지하철역 이름 뒤에 기업이나 대학교, 공공기관, 병원 등 명칭이 괄호 속에 붙는 경우가 많다. 서울지하철 경우는 서울교통공사가 적자를 조금이라도 메꾸기 위해 2016년부터 역명 병기 유상 판매를 시작했다.

 

모든 입찰이 그렇듯이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곳이 낙찰되는 ‘최고가 경쟁 입찰’을 원칙으로 한다.

 

서울의 지하철역명에 어느 기관 이름이 많이 병기될까.

 

헬스조선이 11일 조사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병원 이름이 기업체 다음으로 많았다.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35개 역 중 12개 역을 의료기관이 쓰고 있다. 세 역 중 하나인 셈이다.

 

현재 역명 병기 병원은 ▲김안과병원(2호선 문래역) ▲은평성모병원(3호선 구파발역) ▲강북삼성병원(5호선 서대문역) ▲강동성심병원(5호선 강동역) ▲강동경희대병원(5호선 고덕역) ▲에스앤유서울병원(5호선 발산역) ▲제일정형외과병원(7호선 청담역) ▲나누리병원(7호선 학동역) ▲녹색병원(7호선 사가정역) ▲을지대을지병원(7호선 하계역) ▲한솔병원(8호선 석촌역) ▲서울부민병원(가양역)이다.

 

해당 지하철역 출입구는 물론이고 승강장·안전문, 역명판부터 노선도까지 총 10곳에 병원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도착 및 하차 안내 방송에도 당연히 병원 이름이 불린다.

 

지하철공사는 수입을 얻고 병원은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에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단, 입찰가를 높게 적어낸다 해서 누구나 역명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역으로부터 1km 안에 있으면서, 미풍양속을 해치는 우려가 없는 기관이어야 한다. 우선순위가 있는데 의료기관은 5개 종류 기관 중 3순위다. 공익기관(지명, 관공서, 공익시설, 공공기관)이 가장 먼저고 그 다음이 학교다. 뒤를 이어 의료기관, 기업체, 다중 이용시설(호텔, 백화점 등) 순서다.

 

2022년부터는 서울교통공사가 역명 병기 의료기관 기준을 완화하면서 의료기관 종류와 병상 수에 관계 없이 모든 의료기관이 입찰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역명 병기에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말고도 2차 병원도 적지 않다.

 

 

병원들은 역명 병기에 얼마나 지불할까.

 

3년 계약에 보통 1억~3억 원대 비용을 지하철공사에 낸다고 한다. 지하철 이용 시민들에게 병원 이름이 노출되는 것이 그 정도를 지불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역명 병기는 철저한 입찰제다. 서울교통공사 측이 외부 원가조사 전문 기관에 의뢰해 기초 금액을 책정하면 역명 병기를 희망하는 기관들이 각자 입찰가를 써내는 식이다. 서울 중심가나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은 입찰 시작 가격 자체가 높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역명 병기 판매사업 계약률은 45~50%라고 한다. 재계약할 때 보통 가격이 인상되기 때문이다. 개원할 때는 역명 병기를 원했어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높아지면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병원들도 있다.

 

이런 철저한 입찰제가 공공성이나 객관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있다. 대학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 입장에서는 의원급 병원과 동일 선상에 놓이게 되는 게 싫을 테고, 가격에 밀려 일반병원에 역명을 빼앗기는 일도 있다. 또 공공성이 강한 병원은 좀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서울지하철 5호선 발산역이 ‘발산(에스앤유서울병원)역’으로 변경됐는데, 1000병상이 넘고 의대 교육을 하는 이대서울병원이 100병상도 안 되는 병원급 정형외과 전문 의료기관에 입찰경쟁에서 밀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