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술 마시면 얼굴이 ‘홍당무’…심혈관계 질환에 지방간 위험 높인다

‘알코올 안면홍조’는 알코올 분해효소 부족
다시 하얘진 건 과음했다는 증거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기봉 기자 |


2010년 수퍼스타K2 출신 가수 박보람씨가 최근 지인들과 술자리 중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박씨는 지난 11일 밤 경기 남양주시 지인의 집에서 술을 마시다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남양주남부경찰서 의뢰에 따라 부검을 했지만 사망 원인을 알 수 없다는 1차 의견을 내놓았다.

 

박씨의 비보를 접한 가요계는 애도를 표하면서 술 마실 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왔다고 한다.

 

 

온라인에는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건강한 건가, 아닌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음주 후 얼굴이 빨개지는 현상을 ‘알코올성 안면홍조’라고 한다.

 

의학계의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런 사람이 음주를 자주 하면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한양대 의대 연구팀이 얼마 전 35세 이상 남성 6000명을 분석한 결과, 음주 후 안면홍조가 있는 남성은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발생위험이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1.3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람이 담배까지 피울 경우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2.6배 더 증가한다고 한다.

 

알코올성 안면홍조를 겪는 사람은 지방간의 위험도 높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시내 교수 연구팀이 2019∼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남성 5134명을 대상으로 알코올성 안면홍조의 여부와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 질환(MASLD)’ 발생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알코올성 안면홍조가 있는 음주자의 MASLD 위험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2.35배 높았다. 이에 비해 알코올성 안면홍조가 없는 음주자의 MASLD 발병 위험은 술을 마시지 않는 그룹의 1.9배 정도였다.

 

연구팀은 “연구를 통해 알코올성 안면홍조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술을 마셨을 때 지방간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더 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한국 남성의 MASLD 위험을 나타내는 잠재적인 지표로서 알코올성 안면홍조의 중요성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음주 후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몸속 알코올 분해효소(ALDH)가 부족하다는 게 정설이다. 알코올이 몸 안에 들어오면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성물질로 바뀌게 된다. 혈중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가 증가할수록 일명 ‘좋은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아진다. HDL 콜레스테롤은 혈관질환의 주범인 과다 콜레스테롤을 제거한다.

 

그런데 간이 제대로 분해하지 못하면 독성물질을 배출하기 위해 혈액순환이 촉진된다. 이때 모세혈관이 다른 곳보다 많이 분포된 얼굴이 유독 빨개지는데 혈관이 확장된 뒤 제대로 수축되지 않아 발생하는 것이다. 간이 건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특히 유전학적으로 한국·중국·일본인은 서양인보다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효소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알코올성 안면홍조가 있는 사람들은 술을 아예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알코올 분해효소가 부족해 소량의 음주만으로도 체내 독성물질이 빨리 증가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빨개진 얼굴이 다시 창백해지면 사람들은 술이 깬 상태로 오해하고 음주를 계속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알코올 민감도가 떨어져 몸의 반응이 둔해진 것으로, 우리 몸이 음주 상황에 적응해 버린 것이다. 안색이 돌아왔다는 건 충분히 과음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술을 더 마셔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꼭 마셔야 한다면 음주 중에는 물을 수시로 마셔 체내 알코올 농도를 낮춰 주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