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이종장기 이식, 멀지 않았다...5년 내 임상 진입 전망

의학기자협회 ‘이종장기이식 콘퍼런스’ 개최
동물 장기이식으로 난치병 치료…국민 10명 중 7명 찬성
한국, 미국, 중국이 연구 선두 주자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기봉 기자 |

 

이종장기이식 치료는 장기가 완전히 망가져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마지막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물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연구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국가는 미국, 중국과 우리나라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5년 안에 380억 원을 들여 이종장기이식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가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심장, 신장, 간 등 장기와 췌도, 각막, 피부 등 세포조직을 이식하는 영장류 대상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각막이식과 관련한 비임상 연구는 한국의 성과가 가장 우수하고, 임상화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 10명 중 7명이 돼지 등 동물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해 생명을 연장하는 이종장기이식 치료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권복규 이화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연구팀은 23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난치병 환자의 새 희망, 이종장기이식 현황과 미래’ 콘퍼런스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56세 미만 1007명을 대상으로 했다. 응답자 중 71.2%는 이종장기이식에 대해 알고 있고, 72.9%는 이종장기이식 치료에 동의했다. 다만 본인이 대상자가 됐을 경우 이종장기이식 치료를 받겠냐는 질문엔 61.7%만 동의했다.

 

뇌사자를 대상으로 한 이종장기이식 시험에는 60.9%가 찬성해 반대보다 많았다. 이종장기의 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한 동물 유전자 변형에는 64.4%가 찬성했다.

 

이종장기이식 치료에 동의하는 이유로는 ‘난치병 치료 가능성 자체만으로 시도할 만하다’는 의견이 53.1%로 가장 많았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45.4%였다.

 

 

이종장기이식 최근 사례로는 미국의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의료진이 지난달 바이오기업 e제네시스가 만든 돼지의 유전자 변형 신장을 말기 신장질환을 앓는 62세 남성에게 이식한 수술이 있다. 이 남성은 투석 치료를 지속할 수 없게 되면서 장기이식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였다.

 

중국 산시성 시안 공군의과대학 시징병원 의료진도 비슷한 시기에 뇌사 상태인 50대 남성에게 유전자 변형 돼지 간을 이식했다. 이는 인간에게 돼지 간이 이식된 첫 사례로, 이식된 간은 담즙 분비 등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e제네시스와 하버드의대 등 연구팀은 지난 1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서 거부반응을 최소화하고 인간 적합성을 높이기 위해 69개의 유전자를 편집한 미니돼지의 신장을 이식받은 원숭이가 최장 758일까지 생존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바이오기업 옵티팜이 유전자 변형을 거친 돼지의 신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해 221일 생존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연구책임자인 윤익진 건국대병원 외과 교수(대한이종이식연구회 회장)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이종이식계에서는 가까운 시일 내에 이종장기를 난치병 환자에게 이식해 치료 기회를 확대하는 임상화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윤 교수는 “한국은 형질전환 기술과 이식 면역치료 분야에서 미국 다음으로 앞서나가고 있는 만큼 향후 난치병 치료 기회를 넓히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