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시간이 생명인데…뇌졸중 환자 병원 도착 시간 10년 전과 그대로

한국뇌졸중등록사업단, 10년간 뇌졸중 환자 분석
26%만 3.5시간 내 병원 도착
‘응급실 뺑뺑이’가 큰 문제
10명 중 4명은 장애 상태로 퇴원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기봉 기자 |

 

뇌졸중 환자는 이른바 ‘골든 타임’이 결정적이다. ‘시간과의 싸움’인 것이다. 뇌혈관이 막히는 순간부터 뇌 신경세포가 손상되기 시작하고, 한번 손상된 세포는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다.

 

장애를 갖지 않고 퇴원하려면 증상이 나타난 지 3시간 30분 안에는 혈관을 뚫는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 지침이다.

 

그럼에도 최근 10년간 환자들이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과 뇌혈관의 파열로 인해 뇌 조직 내부로 혈액이 유출되어 발생하는 뇌출혈(출혈성 뇌졸중)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한국뇌졸중등록사업단은 2012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17만 1520건의 뇌졸중 사례들 중 허혈성 뇌졸중 15만 3324건의 자료를 분석한 ‘뇌졸중 팩트시트 2024’ 보고서를 24일 발간했다. 사업단이 매년 연례보고서를 냈지만 10년치 자료를 분석한 것은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26.2%만이 발생 3시간 30분 이내에 병원에 도착했다. 지난 2012~2014년 24.7%와 비교하면 오히려 줄었다. 반면 환자의 대다수인 67.3%는 3시간 30분 이상 24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증상 발생 후 3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한 비율은 2012~2014년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줄었다.

 

 

119구급대가 환자를 인계받아 병원으로 이송하는 속도는 평균 26분으로 비교적 빨랐다. 문제는 도착한 병원에 병상과 담당 의료진이 없어서 생기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국내 뇌졸중 환자 10명 중 2명은 첫 이송된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옮긴다. 이런 상황은 지방이 더 심각하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인적네트워크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각 지역의 7개 병원을 하나의 네트워크(단체톡방)로 묶고 뇌졸중 환자가 권역에 생겼을 때 단체톡에 환자 정보를 올리면 치료 가능한 병원에게 곧장 연결해 주는 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뇌졸중 환자의 남녀 비율은 6대 4로 남자가 조금 더 많았다. 발병 평균 연령도 남성이 여성(72.5세)보다 빠른 66.3세였다. 인구고령화로 인해 2022년 85세 이상 환자 비율은 남녀 모두 2012~2014년에 비해 약 두 배나 증가했다.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44.1%는 일상생활에 제약이 없는 상태로 퇴원했지만 38.8%는 일상생활에 일정 부분 도움이 필요한 장애 상태로 퇴원했다. 퇴원시 사망률은 2022년 기준 2.6%로 조사됐다.

 

환자의 주요 혈관 위험인자 유병률은 고혈압 67.9%, 당뇨병 34.3%, 이상지질혈증 42.5%, 현재 흡연 21.9%, 심방세동 20% 등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