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물중독을 아시나요” 심하면 사망할 수도

운동 후 갑자기 물 많이 마시면 신체 균형 깨져
심한 운동 후엔 조금씩 여러 번 나눠 마시는 게 좋아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기봉 기자 |

 

물은 세포를 유지하고, 영양소를 운반하며, 땀이 되어 체온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체 유지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다. 전문가들은 보통 하루 2리터 정도 마실 것을 권장한다.

 

그런데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땀이 많이 나는 여름철에 갑자기 많은 양의 물을 벌컥벌컥 마시면 쓰러질 수 있다.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는 사례도 있었다.

 

우리 몸은 24시간 거의 일정한 전해질(나트륨) 농도를 유지한다. 그런데 더운 날 땀으로 물만 빠져나가면 몸의 전해질 농도가 높아지면서 이 균형이 무너진다. 그래서 땀에 전해질도 함께 배출해서 균형을 유지한다. 땀이 짭조름한 게 그 때문이다.

 

그런데 탈수증이 왔다고 갑자기 다량의 맹물을 마시면 전해질 농도는 급락하면서 이 균형이 무너져 몸에 이상반응이 올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물중독증’, 또는 ‘수독’(水毒) ‘수분중독’이라고 한다. 즉 탈수증과 물중독증은 양극단이면서도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물중독증 원인

 

물을 과도하게 마시면 체내의 나트륨 농도가 떨어져 세포가 부풀어 오른다. 신장은 체내의 물과 염분을 필터링하는 주요한 기관이므로, 신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체내의 물과 나트륨의 균형이 깨진다.

 

체내엔 수분 외의 영양분도 함께 일정량을 유지하며 혈액 속에 녹아 몸 전체를 돌아다닌다. 그 중엔 소금도 포함되어 있는데, 갑자기 많은 양의 물이 들어오면 소금의 농도가 옅어질 수밖에 없다. 이 현상을 저나트륨혈증(hyponatremia)이라고 하는데 이로 인해 사망할 수도 있다.

 

마라톤과 같이 많은 땀의 배출로 나트륨, 수분을 잃은 채 물만 많이 섭취하면 자기도 모르게 저나트륨혈증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대부분의 물중독 사례는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다량의 물을 섭취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저나트륨혈증에 빠지게 되면 여러 가지 신경학적인 증상이 일어나게 되는데 두통, 오심, 구토, 심하면 정신이상, 의식장애, 호흡곤란 등이다. 뇌 세포 안으로 수분이 이동하게 되며 뇌에 부종을 초래하거나 뇌사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현명하게 물 마시기

 

운동 중 물 마시기도 절제가 필요하다. 운동하기 10~30분 전에 갈증이 사라질 만큼 충분한 물을 마시고, 물이 위장을 넘어가 부담이 없는 상태에서 운동을 시작한다.

 

운동 도중에는 입을 축이듯 조금씩 나눠 마시되, 웬만큼 고강도 운동이 아니라면 한 시간에 500㎖는 넘기지 않는 게 좋다. 급박뇨나 요실금 등이 있다면 이뇨작용이 있는 커피는 금물이다.

 

마라톤 대회에서 뛰다 보면 일정 구간마다 경구수액을 나눠주는데, 종이컵 1개 분량이다. 물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배려다.

 

고강도 운동을 지속해 땀을 많이 흘렸다면 맹물보다는 전해질을 보충해주는 스포츠 음료나 이온 음료를 적은 양으로 나눠마시는 것이 좋다.

 

이온 음료를 직접 만들 수도 있다. 1리터 물에 4분의 1이나 2분의 1 티스푼 소금을 넣고, 수분 흡수를 촉진하는 설탕이나 꿀을 한두 스푼 넣으면 좋다.

 

◇물중독 사망 사례

 

일시적인 물중독은 대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드물게는 뇌부종 등으로 이어져 사망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7월 미국에서 500㎖ 생수 4병, 총 2ℓ를 20분간 급하게 마셨던 30대 여성이 뇌부종으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20분에 나눠 마셨는데도 그랬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물 많이 마시기 대회에서 우승한 뒤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다 사망한 여성도 있었다. 국내에서도 어느 마라토너가 물을 과다하게 먹고 사망한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