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윤해영 기자 |
여성 혐오 발언과 성범죄 이력 등을 이유로 미국 여성 유권자들한테 많은 비판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 복귀에 성공하면서 미국 여성들 사이에서 한국 여성들의 ‘4비(非) 운동’(4B movement)이 확산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의 일부 여성 누리꾼들이 이번 대선 결과에 실망감을 표시하면서 한국의 4비 운동에 대해 소개하거나 자신도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글을 SNS에 잇따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선 결과가 발표된 8일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4b’ ‘#4bmovement’ 등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들이 빠르게 확산했다. 이번 미 대선 결과에 실망감을 표시하면서 한국의 4B 운동에 대해 소개하거나 자신도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 신문은 4비 운동이 혼인과 연애, 섹스, 출산 등 네 가지를 안 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크고 세계에서 합계출산율(0.72명)이 가장 낮은 국가라면서 한국에선 4비 운동과 페미니즘이 양극화가 심한 주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윤석열 대통령은 젊은 남성 유권자들의 표심에 힘입어 선거 유세 과정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하는 등 성별 격차를 부추겼고, 여성단체들이 비판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미국 조지아에 사는 미카엘라 토마스(21·여)는 이 신문 인터뷰에서 “4비는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순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 인사들의 임신중지 반대 입장을 가리키며 “남자들은 섹스를 원하지만 우리가 임신중지권에 접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이는 그들이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남캘리포니아 대학의 박선영 교수는 한국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4비 운동을 촉진했다면 미국에선 젠더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과 분열이 4비 운동에 추진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의 대선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남성의 55%는 트럼프에게 투표했고, 여성의 53%는 카멀라 해리스를 찍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브린 파스 교수는 “젊은 여성들이 출산을 스스로 통제할 권리가 안전하다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주체성을 분명히 하고 몸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회복을 주장할 새로운 방법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