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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식 허와 실] ⑨음식물 쓰레기 냉동실 보관…괜찮을까?

영하 20도에도 사멸 않는 세균도 있어 위험
쓰레기 봉투가 찢어져 냉동실 감염 우려
식초나 소주를 분무해주면 피해 최소화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음식물쓰레기 봉투는 편의점에서 돈 주고 사야 한다. 그래서 다 차지 않은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그날그날 버리기에는 아깝다. 특히 혼자 사는 가구에서는 음식물쓰레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여름철에는 음식물쓰레기가 빨리 부패해 냄새를 풍긴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냉장고 냉동실 안에 봉투가 찰 때까지 보관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영하 20도 이하니까 세균이 다 얼어죽을 거라고 생각한다.

 

과연 냉동실에 음식물쓰레기를 보관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까. 온라인에 보면 한 번도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글도 적지 않다.

 

 

전문적으로 따져 보자. 음식물쓰레기는 기본적으로 세균 덩어리다. 세균이 번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분과 유기물이 많기 때문이다. 음식물쓰레기의 수분 함량은 80~85%, 유기물 함량은 70~75% 정도다.

 

그래서 평소 음식물쓰레기 봉투 안에는 식중독 원인균인 황색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등이 살고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봉투에 넣어 밀봉해서 냉동실에 보관하면 이런 세균은 거의 대부분 죽는다.

 

하지만 안심하면 안 된다.

 

냉동실에서 얼어죽지 않는 세균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리스테리아균인데 자연계에 널리 분포해 있는 식중독균이다. 이 세균은 영하 20도에서도 사멸하지 않는다. 식육류, 유제품, 야채 등에서 주로 발견된다.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되면 발열, 설사 등이 동반되며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뇌수막염이나 패혈증을 앓을 수도 있다. 임산부는 감염됐다가 유산한 사례도 있다.

 

노로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약 5천 명이 노로바이러스에 의해 식중독에 걸렸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사례는 11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3월에 정점을 찍는다, 그 이유는 노로바이러스가 영하 20도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세균이기 때문이다.

 

이 세균에 감염되면 독감 비슷한 증상과 함께 오심, 구토, 설사 등 증상이 나타난다. 익히지 않은 어패류, 채소류 등의 음식물쓰레기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또 하나 위험 요인이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밀봉했다고 해도 봉투 안에 넣는 과정에서 겉면에 세균이 묻어 냉동실 전체로 퍼질 수 있다. 실제 음식물쓰레기를 보관했던 냉동실을 검사했더니 기준치의 49배에 달하는 세균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냉동실에서 음식물찌꺼기가 어는 과정에서 봉투에 구멍이 생기거나 찢어질 수도 있다. 그러면 냉동실 전체가 세균에 오염돼 다른 음식들까지 안 좋아질 수 있다.

 

결론은 음식물쓰레기는 가급적 그때그때 버리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냉동실에 넣어둬야 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이런 방법이 있다.

 

분무기를 이용해 식초를 봉투 안과 밖에 뿌리는 것이다. 식초는 바이러스 사멸에 효과적인 천연 살균제다. 비닐봉투로 한 번 밀봉한 다음에 음식물쓰레기 봉투에 넣거나, 음식물쓰레기를 담은 봉투를 다른 비닐봉지로 한 번 더 감싸거나 밀폐용기에 넣어 보관하는 것도 방법이다.

 

소주를 뿌리는 것도 효과가 있다. 알코올 성분이 악취를 중화시킬 뿐만 아니라 해충 퇴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물과 소주를 3:1의 비율로 섞어 음식물 쓰레기 위에 골고루 뿌려주면 된다.

 

베이킹소다와 녹차잎 우린 물도 효과가 있다. 산성을 띠는 음식물쓰레기에 알칼리성인 베이킹소다를 뿌리면 산성을 중화시켜 음식물의 부패를 막아준다. 음식물 쓰레기통의 바닥에 베이킹소다를 뿌리면 악취도 줄일 수 있다. 우려낸 녹차잎이나 티백 안의 녹차 가루를 음식물쓰레기 위에 뿌려주는 것도 악취 제거에 도움이 된다.

 

모든 음식물 찌꺼기가 음식물 쓰레기로 분류되는 건 아니다.

 

달걀껍질이나 과일 씨, 조개껍데기 같이 딱딱한 것은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바나나 껍질이나 귤껍질처럼 물렁물렁한 과일 껍질은 음식물쓰레기다. 또 하나 기준은 동물이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로 분류하는 것이다.

 

음식물쓰레기에서 악취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수분이 많기 때문이다. 과일이나 채소처럼 수분이 많은 음식물은 신문이나 종이에 싸서 하루 정도 말리면 수분을 흡수해 악취가 크게 줄어들 뿐 아니라 벌레도 적게 꼬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