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젠더

[궁금한 건강] ⑥쿠퍼액만으로 임신이 될까

매우 희박하지만 100% 단정은 못해
쿠퍼액에도 미량의 정자가 존재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남성만이 분비하는 것으로 ‘쿠퍼액’(cowper’s fluid)이란 게 있다. ‘프리컴’(precum)이라고도 불리는 쿠퍼액은 남성이 성적으로 흥분할 때 음경에서 나오는 맑고 투명한 점성 액체로 정액과 완전 다른 것이다.

 

정액과 달리 쿠퍼액은 고환에서 생성되는 게 아니라 전립선 바로 아래에 있는 두 개의 완두콩 크기의 땀샘인 쿠퍼샘에서 나온다.

 

쿠퍼액의 기능은 여러 가지다.

 

우선 요도와 질의 산성 환경을 중화시키고 사정하기 전에 먼저 분비돼 요도의 각종 균이나 독소 등을 청소해 정자가 생존하기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 일반적으로 소변은 약산성의 성질을 갖는다. 소변이 나오는 통로인 요도 역시 산성을 띠면서 산성에 매우 취약하다. 쿠퍼액은 정액이 나오기 전 먼저 요도를 지나오면서 요도를 약알칼리성으로 바꿔준다.

 

또 하나 중요한 역할은 미끄러운 쿠퍼액이 성관계 시 음경의 움직임에 윤활유 역할을 해줘 여성의 질을 보호하고 삽입이 원활하도록 돕는다.

 

 

적지 않은 남성들이 쿠퍼액에 정자가 들어있는지, 들어있다면 임신을 시킬 수 있는지 궁금해한다. 체외사정으로 피임을 했는데도 임신이 된 경우 쿠퍼액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도 있다.

 

정답은 그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지만 100퍼센트라고까지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보통 남성들은 한 번에 약 2억 개의 정자를 사정하는데, 정자가 2000만 개 이하면 불임으로 판정한다. 하지만 쿠퍼액의 경우는 1만 개정도 밖에 정자가 나오지 않으며, 이마저도 운동능력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임신을 하게 될 확률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체외사정으로 피임했는데 임신이 된 경우에는 쿠퍼액으로 임신이 된 게 아니라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사정을 참는 과정에서 새어 나온 정자에 의한 임신일 가능성이 높다.

 

과거 연구에서는 쿠퍼액에 정자가 없다는 결론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좀 다르다.

 

2011년 영국 산부인과 학술지 인간생식(Human Fertility)에 게재된 논문을 보면 2011년 실험참가자 28명의 쿠퍼액을 2분 내 분석한 결과 41%에서 정자가 관찰됐다. 37%에는 운동성이 활발한 정자가 확인됐다. 임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한 결과였다.

 

쿠퍼액 자체에는 정자가 거의 없지만, 쿠퍼액 다음에 정액이 나오기 때문에 쿠퍼액에 극소량의 정자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 정자가 스스로 헤엄쳐 거슬러 올라오거나 이전에 사정했을 때 요도에 남아 있는 정자가 쿠퍼액에 나오는 것으로 추정할 수도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에게 물어보면 대체로 “쿠퍼액에 정자는 거의 없지만 임신이 되지 않는다라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라고 말한다.

 

쿠퍼액 배출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성적 경험이 많거나 성적 흥분도가 높은 경우에 더 많이 분비될 수도 있고, 성병이나 전립선염 등의 병적인 상태에서도 쿠퍼액의 분비가 증가할 수 있다. 다만 쿠퍼액이 평상시보다 더 많이 방출된다고 해서 정액도 같이 많이 배출될 가능성이 특별히 증가하지는 않는다.

 

임신을 원하지 않으면 성기가 닿는 순간에는 항상 콘돔을 착용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