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가을에 마로니에 열매 주워 먹지 마세요...밤이 아닙니다

밤과 아주 닮았지만 독성 있어 건강에 위협
구토·복통·알레르기‧호흡곤란 유발
열매에 뽀족한 꼭지점이 없는 게 마로니에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나이 좀 있는 사람들은 이 노래를 다 안다.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눈물 속에 봄비가 흘러내리듯 임자 잃은 술잔에 어리는 그 얼굴. 아! 청춘도 사랑도 다 마셔버렸네. 그 길에 마로니에 잎이 지던 날~”

 

가수 박건(84)이 1971년 발표한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이란 노래다. 장안에 크게 히트하면서 마로니에라는 나무가 낭만적 표상으로 사람들에게 각인됐다.

 

‘마로니에(marronnier)’는 어원적으로 ‘밤’을 뜻하는 프랑스어 마롱(marron)에서 나왔다. 파리 번화가 샹젤리제 거리의 가로수가 마로니에다. 밤과 거의 흡사하게 생긴 열매를 맺는다.

 

서울 대학로에는 일제 강점기에 마로니에 나무를 많이 심어서 마로니에 공원이라 이름 붙여진 명소가 있다.

 

그런데 이 마로니에는 사실 대다수가 ‘칠엽수(七葉樹)’다. 줄기에 일곱 개의 잎이 큰 손바닥 모양으로 붙어 있어서 그렇다. 서양의 마로니에는 보통 ‘서양칠엽수’, ‘가시칠엽수’라고 한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의 나무도 실제로는 마로니에가 아니라 거의 대부분 칠엽수다.

 

국내에서는 그냥 구분 없이 통상 마로니에라고 부르는데 서울과 지방 곳곳 공원에, 또 가로수로 많이 심겨져 있다.

 

 

이제 밤이 떨어질 때다. 떨어진 밤을 주워 삶아 먹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조심해야 한다. 길가에 떨어진 마로니에 열매를 밤으로 착각해 날것이나 삶아 먹으면 독성이 있어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마로니에 열매에는 탄닌, 사포닌, 글루코사이드라는 생리활성물질 겸 독성물질이 혼재해

있다. 밤에는 독성이 전혀 없다. 마로니에 열매에 들어있는 사포닌은 에스신이라는 독성을 지닌 사포닌으로 인삼의 사포닌과는 다르다.

 

이걸 먹으면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발열, 구토, 어지럼, 설사, 복통, 호흡곤란, 현기증, 급성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 이 열매를 주워 먹고 응급실에 가 위세척을 받은 사람들도 많다. ​최근 일부 지역 행정복지센터에는 밤과 닮은 마로니에 나무 열매를 먹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곤 했다.

 

다행히 구별할 방법은 있다. 밤은 뾰족한 꼭짓점이 있지만, 마로니에 열매는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하고 꼭짓점이 없다. 또 마로니에 열매가 밤보다 아래쪽 하얀 부분이 훨씬 불규칙적이다. 열매를 싸고 있는 껍질도 매우 다르다. 밤은 뾰족하고 긴 가시가 빽빽이 나 있지만, 마로니에는 원뿔형 모양 가시가 듬성듬성 달려있다.

 

 

나무를 봐도 알 수 있다. 마로니에 나무는 가지에 잎이 7개 달려 있지만 밤나무 잎은 가지를 사이에 두고 평행으로 여러 개가 달려 있다.

 

혹자는 마로니에를 ‘너도밤나무’라고 하는데 틀린 말이다.

 

낭만과 추억으로 기억되는 마로니에는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