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인류의 질병 정복 역사에서 최고의 전환점은 무엇일까. 의료 역사에서 최고의 발명이라 여겨지는 ‘백신’이다.
인류 역사는 수많은 감염병과의 싸움이었다. 1910년 스페인독감으로 전 세계적으로 2,500만 명이 넘는 인류가 생명을 잃었고, 1969년 유행한 홍콩독감은 10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그러나 백신의 발명으로 과거에 걸리면 죽는다고 생각했던 질병에 감염되지 않을 수 있게 됐고 설사 감염이 되어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바이러스가 창이라면 백신은 최고의 방패가 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인류는 ‘백신(vaccine)’이란 단어에 매우 익숙해졌다. 백신은 어떻게 감염병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주는 것일까.
우리 몸이 병원체에 감염되기 전에 일종의 ‘가짜 병원체’를 주입해서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키는데 이때 주입하는 병원체를 백신이라고 한다. 백신은 생균에 조작을 가해 병원성을 제거하거나 약하게 해서 만든다. 백신을 통해 우리 몸의 면역세포는 항체를 형성하게 되고 이후 병원체에 감염이 되어도 피해가 없거나 최소화해 사망에 이르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천연두로 출발한 백신의 역사
최초의 백신은 천연두를 예방하기 위해 1796년 개발되었다. 천연두는 당시 사망률이 40%에 달할 만큼 치명적이었다.
영국 글로스터셔 출신의 군의관이자 시골 의사인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는 우두(소에 영향을 미치는 작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그는 소젖을 짜는 여인의 손바닥 종기에서 고름을 채취해 8세 소년의 팔에 주입했다. 몇 주 뒤에는 이 소년에게 천연두 고름을 주입했는데 소년은 천연두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아들을 포함한 다른 어린이들에게 실험을 반복한 후 제너는 이 물질이 질병에 걸릴 위험 없이 천연두에 대한 면역력을 준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처음으로 ‘예방접종’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이 단어는 ‘암소’를 의미 하는 라틴어 ‘vacca’에서 유래했다. 제너의 연구 결과는 2년 후인 1798년에 발표되었고 이후 천연두 백신은 큰 효과를 나타냈다. 1980년 5월 8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천연두 완전 퇴치를 선언한다.
◇천연두에 이은 각종 백신의 개발
제너의 천연두 예방접종이 성공한 이후 의사들은 약한 병원균을 사람의 몸에 주입해 면역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후 다른 질병의 백신이 개발되기까지 80년이 넘는 긴 시간이 걸렸다.
천연두 외의 다른 질병으로 백신 예방접종을 확대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은 프랑스 미생물학자인 파스퇴르 박사다. 그는 1873년 닭 콜레라의 원인이 되는 세균을 배양했는데 오래된 배양균을 주입하면 닭이 면역을 얻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파스퇴르는 1881년 탄저병, 1885년에는 광견병 백신 개발에도 성공했다.
파스퇴르는 제너의 천연두 예방법을 기리기 위해서 자신이 개발한 광견병 예방법을 백신이라 부르게 되었고, 이것이 백신이라는 이름의 유래다.
19세기에 들어서 백신 개발은 더욱 발전했다. 장티푸스, 콜레라, 페스트, 그리고 1909년에 결정적인 결핵예방백신(BCG)이 만들어졌다. 1949년에는 세포배양으로 바이러스 증식이 가능해져 소아마비 백신은 물론 홍역, 간염 등 수많은 백신이 탄생했다. 소아마비는 백신 접종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거의 사라졌다.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병이 아니면 백신은 만들 이유가 없다. 일반적인 균에 의한 감염은 항생제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바이러스는 기생하기 위한 ‘숙주’라는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시행하는 백신 예방접종
이후 각 나라는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국민에게 백신 접종을 시행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통해 대상 감염병과 예방접종 실시기준·방법을 정해뒀다.
보건소와 의료기관에서 접종 가능한 국가예방접종은 결핵(BCG·피내접종), B형간염(HepB),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TaP), 파상풍·디프테리아(Td), 폴리오(IPV),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폴리오(DTaP-IPV),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폴리오·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DTaP-IPV·Hib),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Hib), 폐렴구균(PCV·PPSV),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MMR), 수두(Var), A형간염(HepA), 일본뇌염(JE·불활성화 백신), 일본뇌염(JE·약독화 생백신),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인플루엔자(Flu), 장티푸스(ViCPS·고위험군 대상), 신증후군출혈열(HFRS·고위험군 대상) 등 19종이다.
국가예방접종 외 의료기관에서 받을 수 있는 기타 예방접종은 결핵(BCG·경피접종), 로타바이러스(RV), 수막구균(MCV4), 대상포진(HZV) 등 네 가지다.
하지만 문제는 백신의 부작용이다.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고 자신의 신념에 의해 백신이 있어도 접종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