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현재 전 세계적으로 동성혼을 법제화한 나라는 39개 국이다. 동성혼과 같은 법적 지위를 보장해주는 시민결합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까지 합치면 45개 국가나 된다.
주요 선진국은 물론 경제적으로 후진국에 속하는 많은 나라가 21세기 들어 2010년대까지 동성혼을 합법화했다. 1989년 덴마크가 세계 최초로 동성커플 간 시민결합을 법적으로 인정했고, 2001년 네덜란드가 동성혼을 법제화한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서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결혼과 가정에 보수적인 아시아 국가에서는 대만과 태국만이 동성혼을 인정했다. 2019년 대만이 최초이며 지난달 태국이 두 번째로 동성혼을 합법화했다.
국내에서도 성 소수자 단체와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동성부부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라는 요구는 오래전부터 계속 제기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동성혼인을 법적으로 허락하라는 대규모 소송이 동시다발적으로 처음 시작된다.
성 소수자 인권단체 ‘모두의 결혼’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는 10일 서울 영등포구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혼인평등소송 기자회견’을 열고 동성부부 11쌍을 원고로 하는 혼인신고불수리 불복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개적으로 결혼식을 올린 이들로 구청에 혼인신고를 냈으나 불수리 처분을 받은 사람들이다.
이 소송의 피고는 혼인신고를 수리하지 않은 각각의 지방자치단체다. 동성 부부 11쌍은 11일 서울가정법원, 서울동부지법, 서울서부지법, 서울남부지법, 서울북부지법, 인천가정법원 부천지원 등에 일제히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성 부부의 혼인만 허용하는 현행 민법이 혼인의 자유와 행복추구권,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이 조항의 위헌법률심판제청도 신청할 계획이다.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지 않으면 직접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민법상 동성 간 혼인금지에 대한 명시적 조항은 없다. 민법 812조는 ‘혼인은 가족관계법에 따라 신고함으로써 효력이 생긴다’고만 규정하지만, 결혼을 이성 간 결합으로 보는 헌법·민법 해석과 관례에 따라 행정당국은 동성 결혼에 따른 혼인신고는 수리하지 않고 있다.
2022년 3월 25일 혼인신고 시 양측이 동성이어도 접수가 가능하도록 가족관계등록 전산시스템이 변경되긴 했다. 현재까지 20여 건 정도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접수된 신고는 모두 등기 과정에서 불수리 처분됐다. ‘현행법상 수리할 수 없는 동성 간의 혼인’이라는 사유에서다.
대법원이 지난 7월 동성 결혼식을 올린 김용민(34)·소성욱(33)부부에게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을 허용해야 한다고 진일보한 판결을 내리긴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동성혼 인정 자체에 대한 판결은 없었다.
국회에서도 관련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지난 국회에서 동성끼리의 혼인신고를 가능하게 하는 ‘혼인평등법’(민법 일부개정)이 장혜영 정의당 의원 주도로 12명 의원의 공동발의로 제기됐으나 제대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동성혼을 허락하라는 첫 소송은 2014년 5월 영화감독 김조광수씨와 영화사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김승환씨 부부가 낸 혼인신고 불수리 불복 신청이었다. 딱 10년 전이다.
두 사람은 2013년 공개 결혼식을 올린 뒤 서울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를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듬해 불복신청을 냈다. 하지만 1·2심에서 각하 결정을 받고 대법원에 재항고하지 않아 패소가 확정됐다.
다시 시작되는 이번 대규모 소송에는 13명의 변호사가 대리인단으로 나선다.
대리인단 단장을 맡은 조숙현 변호사는 “동성동본 금혼제, 호주제, 부성승계 강제 원칙이 폐지된 것처럼 이번 소송도 우리 가족법에 남아 있는 차별적인 제도를 개선하고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동성간의 혼인을 허용하지 않을 아무런 이유가 없고 위헌 이유 쓰기가 오히려 어려운 소송이다. 결국 인정되어야 하는 만큼 그 시기가 하루라도 빨리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성부부 11쌍이 동시다발적으로 소장을 내기로 한 11일은 ‘커밍아웃의 날’이다. 1987년 미국 워싱턴에서 동성애자 권리 행진이 있던 날이다.
현재 동성혼을 합법화한 주요 국가는 (오래 된 순서로)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 캐나다 남아공 노르웨이 스웨덴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아이슬란드 덴마크 뉴질랜드 우루과이 프랑스 브라질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미국 콜롬비아 핀란드 몰타 독일 호주 오스트리아 대만 에콰도르(이상 2019년까지), 영국 코스타리카 칠레 스위스 쿠바 슬로베니아 멕시코 안도라 에스토니아 그리스 태국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