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폐경 후 10년간은 호르몬 요법이 필요”

인생의 3분의1은 폐경 기간
갱년기 증상 개선하는 진료 받아야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건수 기자 |

 

10월 18일은 ‘세계 폐경의 날’이다.

  1.  

1984년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폐경학회가 폐경기 여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지원하기 위해 이날을 세계 폐경의 날로 선포했다.

 

 

폐경은 여성의 일생에서 중요한 변화 중 하나다. 폐경을 겪으며 혈관을 보호하고 뼈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90%나 사라진다.

 

국내 50세 이상 여성 인구는 약 1150만 명이다. 여성 총인구가 2580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여성 10명 중 4명은 폐경이 진행되고 있거나 폐경인 상태인 셈이다.

 

한국 여성의 폐경 연령은 평균 49.7세로 조사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85.6세다. 폐경 이후에도 인생의 3분의 1인 30년 이상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마지막 월경 후 1년간 월경이 없다면 폐경으로 진단한다.

 

여성은 갱년기로 불리는 폐경 이후부터 고혈압·고지혈증·골다공증 등 예상하지 못했던 건강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생 후반기 삶의 질이 달라지는 이유다.

 

요즘은 폐경이라는 말 대신 생리를 끝냈다는 의미로 ‘완경’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폐경 이후 증상과 건강 변화는?

 

우선 얼굴이나 목, 가슴이 붉어지면서 불쾌한 열감을 겪는 홍조로 당황스러움을 느낀다. 배뇨 시 작열감, 절박뇨 등 비뇨기계 증상도 생긴다. 감정 기복 역시 나타난다. 사소한 일로 짜증을 내거나 생식 기능을 상실했다는 생각에 심리적으로 우울해지기도 한다.

 

건강에도 변화가 온다. 에스트로겐이 급감하면서 만성질환 발생 위험도 커진다. 50세 이상 여성의 골다공증 유병률은 남성(7.5%)보다 약 5배나 높은 37.3%다. 폐경 이후 여성 2명 중 1명은 골다공증을 앓는다.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지면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러진다.

 

에스트로겐 공급이 끊기면서 심혈관 질환 위험도 커진다.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는 대사증후군의 여성 유병률은 50대에는 24.2%지만 70대에는 53%로 급격히 증가한다. 적극 관리하지 않으면 고지혈증·고혈압·당뇨병 등 심혈관계 질환이 생길 수 있다.

 

◇폐경 호르몬 요법은 어떤 효과가 있나?

 

우리나라 여성들은 폐경 이후 어려움을 병원 진료보다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거나 식이요법, 운동 등 생활 습관 변화에 중점을 두는 경향을 보인다.

 

폐경 증상 개선을 위해 의료기관에서 폐경 호르몬 요법을 받았다는 여성은 많지 않다. 아직 전문적인 폐경 치료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이다.

 

폐경 증상이 심한 여성에게 효과적인 호르몬 치료는 건강보험 급여가 지원되는데도 불구하고 막연한 거부감이 크다.

 

폐경 호르몬 요법은 폐경 초기에 시작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60세 미만 또는 폐경 이후 10년 이내인 여성이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심혈관계 질환 사망 위험이 48%나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골다공증 골절 빈도를 줄여준다.

 

특히 조기 폐경에 이른 사람은 폐경 호르몬 요법이 더 필요하다. 정상적으로 폐경에 이르는 평균 나이까지는 호르몬 요법을 받는 게 좋다.

 

◇호르몬 요법은 계속 받아야 하나

 

폐경 후 10년이 넘으면 권하지 않는다. 폐경 호르몬 요법은 처음 시작하는 환자 나이가 60세 이상이거나 폐경 후 10년이 넘으면 유용성보다 위험성이 더 클 수 있다. 심혈관계 노화로 동맥경화 등 질환이 발생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폐경은 내 몸과 건강에 집중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시점을 알리는 신호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더라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골다공증,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다가온다. 폐경 증상은 치료를 통해 나아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대체로 우리나라 여성들은 누구나 다 겪는 증상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폐경기 증상은 본격적으로 폐경이 진행되기 전부터 미리 대비해야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