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심리학 용어에 ‘그릿(grit)’이란 용어가 있다. 장기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열정과 끈기를 말한다.
이 ‘그릿’ 점수가 높을수록 불면증을 겪는 비율은 낮고 수면의 질은 양호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김재림 교수 연구팀은 ‘한국인 수면·두통 연구설문’을 통해 수집한 2453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그릿과 불면증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를 세계수면의학회 공식 학술지인 ‘수면의학(Sleep Medicine)’에 최근 게재했다.
연구진은 근성·끈기·대담성·회복탄력성·야망·성실성 등의 심리 요소로 구성된 그릿을 점수화해 점수 구간에 따른 불면증과의 관련도를 분석했다.
과거엔 불면증 치료를 위해 수면제 등 약물을 처방하는 방법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단순 약물치료만으로는 치료 효과에 한계가 있고 의존성·내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 최근에는 약물치료에 앞서 수면을 방해하는 생각·행동·습관 등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를 우선하는 경향이다.
연구진은 불면증을 유발하는 환자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인지행동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심리적 특성 중 하나인 그릿이 불면증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지를 연구했다.
연구 결과, 전체 응답자의 평균 그릿 점수는 5점 만점에 3.27점이었으며, 그릿 점수가 높을수록 불면증 유병률은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그릿 점수를 구간별로 비교했을 때 최하 구간(1.5~2.0점)에서 불면증을 호소한 응답자의 비율은 75%인데 반해 최상위 구간인 4.5점 이상에선 0.0%, 4.0~4.5점은 8.5%로 큰 차이를 보였다.
또 그릿 점수가 높으면 불면증의 중증도 역시 낮았는데, 그릿 점수가 1점 증가할 때마다 불면증을 호소할 확률은 60%, 수면 질 저하를 겪을 확률은 45%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창호 교수는 “그릿은 우울증 등 불면증을 유발하는 요인에 대해 완충 작용을 하고, 압박·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우리 몸의 대응력을 강화함으로써 불면증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연구 결과에 따라 불면증 치료시 환자의 그릿을 평가하고 이를 함양할 수 있는 치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