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WHO “젖소→인간 감염 조류인플루엔자 철새 통해 확산 우려”

美 조류인플루엔자 젖소 감염 확산
텍사스주에선 젖소 접촉한 사람이 감염돼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기봉 기자 |

 

사람에게까지 감염될 수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가 철새를 통해 여러 나라로 퍼질 우려가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 글로벌 인플루엔자 프로그램 책임자 장웬칭 박사는 31일 브리핑을 갖고 “미국에서 발견한 감염 사례와 같은 일이 철새로 인해 다른 나라에서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WHO 제레미 파라 수석과학자는 “H5N1이 포유류 집단에 들어오면 인간 감염 우려는 더 커진다”며 “이 바이러스는 새로운 숙주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한 주민이 H5N1에 감염된 젖소와 접촉한 후 H5N1 양성 판정을 받아 눈이 충혈되는 결막염 증상이 나타났다.

 

​이를 두고 야생조류와 접촉한 가축으로부터 인간이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첫 사례라고 WHO는 평가했다.

 

WHO는 H5N1이 포유류 집단에 퍼지기 시작하면 확산 위험이 그만큼 증가하고 인간 대 인간 전염이 이뤄질 정도로 바이러스가 진화할 우려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텍사스주 사례를 주시하면서 우유와 육류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다고 장웬칭 박사는 말했다.

 

실제 젖소 감염 추정 시기인 지난 3월 말 이후로 최근까지 미국 9개 주에서 젖소 34마리가 H5N1에 감염된 것으로 WHO는 파악하고 있다.

 

장 박사는 “우리는 미국에서의 발병 상황에 대해 정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CDC와 협력해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5N1에 감염된 젖소가 늘어나 인체 전염 우려가 커지면서 미 당국은 우유에 이어 가공 쇠고기에 대해서도 샘플 조사에 나섰다.

 

미 농무부(USDA)는 29일 성명을 내고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지역의 소매점에 판매되는 ‘갈은 쇠고기’(ground beef)의 샘플을 수집해 바이러스 인자가 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류 인플루엔자에 걸린 젖소가 확산하면서 우유에 이어 쇠고기에 대한 조사도 나선 것이다. 미국에서 나이가 든 젖소는 쇠고기로 가공되기도 한다.

 

현재까지 쇠고기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사례는 알려지지 않았다. WHO는 고기를 일정 온도로 조리하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죽는다고 말했다.

 

남미 콜롬비아는 지난 15일부터 조류 인플루엔자 양성 반응을 보인 미국 주에서 수입되는 쇠고기와 쇠고기 제품의 수입을 제한했다.

 

WHO에 따르면 2003년 초부터 이달 초까지 세계 23개 국에서 889건의 인간 조류인플루엔자 감염 사례가 발생해 이 중 463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돼 52%의 치명률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