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헬스경제신문 이상혁 기자 | 급식에 납품된 냉동 케이크와 빵류로 인해 수백 명의 식중독 환자가 발생한 사건이 잇따르면서, 식품안전 관리체계에 대한 개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사)한국식품안전연구원(원장 이광원)은 (사)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회장 오세욱), (사)한국식품안전협회(회장 오규섭)와 함께, 식중독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AI 기반 ‘스마트 헷썹(HACCP)’ 시스템과 ‘지능형 온도스티커(TTI)’의 도입을 촉구했다.
문제의 발단은 올해 5~6월 충북 청주와 진천의 집단급식소에서 벌어진 대규모 식중독 사고다. 해당 사고는 딸기크림 롤케이크와 초코바나나빵 등 냉장·냉동 제품을 섭취한 후 총 256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즉시 해당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전량 회수 조치에 나섰다.
이는 지난 2018년 전국 55개 학교에서 초코케이크로 인해 2,207명의 살모넬라 감염자가 발생한 사태와도 흡사하다. 연이어 반복되는 사고에 소비자들은 크게 혼란을 겪고 있다.
“살모넬라는 언제든 터질 수 있다”… 만성화된 식품안전 위기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약 300건의 식중독이 발생하며, 환자 수는 5-6천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에는 오염된 계란으로 인해 2천여 명이 식중독에 걸렸고, 5억5천만 개에 달하는 계란이 리콜됐다. 과거에도 토마토, 고추, 케이지프리 달걀 등 다양한 식품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되며 수천 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하상도 중앙대 교수는 “살모넬라 같은 세균성 식중독은 아무리 철저히 관리해도 완전히 막기 어렵다”며 “미국, 유럽연합, 일본 같은 선진국이나 글로벌 기업, K-푸드 수출업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존온도 지키지 않으면 ‘시한폭탄’… 콜드체인 허술한 관리 도마에
식중독균은 대부분 원재료 자체에 묻어 들어온다. 문제는 제조와 유통, 보관 과정에서 철저한 온도관리와 시간관리가 되지 않으면 세균이 급격히 증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냉동 또는 냉장 상태로 유지돼야 할 제품이 상온에 방치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실제로 냉동 케이크가 배송차량에서 점포 입고까지 2시간 넘게 상온에 방치된 사례도 있다. 이처럼 산업계의 안전관리 불감증은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문미란 한국소비자단체연합회 회장도 “특히 학교급식에 납품되는 케이크나 육류 등 냉장·냉동식품의 안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정부가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I·빅데이터 활용한 스마트 시스템, K-푸드 수출 지속성장의 열쇠
이러한 식중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기술적 대안으로, 스마트 헷썹과 TTI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식품안전인증원 한상배 원장은 “기존 HACCP을 고도화해, 케이크나 냉장 제품에 AI 기반 스마트 헷썹을 적용하고, 지능형 온도스티커(TTI)로 냉장 유통 온도를 감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식품안전정보원 이재용 원장 역시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선제적 안전관리가 K-푸드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수출 확장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파리크라상, 성심당 등 국내 대표 제빵업체들도 스마트 헷썹 도입을 시작했으며, 소비기한 연장과 함께 TTI 기술도 적용되고 있다. 냉장·냉동식품 유통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