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육아휴직 사용 직장인 24.6%가 ‘불이익 경험’

직장갑질119, 육아휴직 및 육아기 단축근무 실태 조사
직장인 절반, “마음대로 쓰기 어렵다”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기봉 기자 |

 

정부가 수십 조를 쏟아부어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고 휴직급여 인상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저출생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노동자의 절반은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다양한 정책이 현장에서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정부 정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업체를 제재하고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사업주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2일 서울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의 자유로운 사용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초 상사의 성희롱 발언을 사측에 알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가해자인 상사로부터 업무에서 배제당한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상사가 인사조차 받아주지 않으면서 동료들에겐 나에 대한 근거 없는 험담을 하는 등 따돌림을 주도해 왔다.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정상적인 근무가 어려워 휴직했다. 상사는 내부 절차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이 일부 인정돼 경징계를 받았지만, 나는 몇 달간 이어진 싸움에 지쳐 더 이상 회사를 다니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사직서를 냈다.”

 

“육아휴직 6개월 사용을 요청했더니 1년 쓰고 퇴직하라는 말을 들었다.”

 

설문에 응한 답에서 보듯 응답자 절반(49%)이 “육아휴직과 근로시간 단축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전혀 그렇지 않다’ 12.4% 포함)”고 했다.

 

특히 비정규직 전체(58%), 비정규직 중 여성(62.5%), 5인 미만 사업장 소속(61.6%), 월 150만 원 미만을 받는 노동자의 58.4%가 본인이 원하는 때 쓰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사용한 적이 있다는 337명한테 “그 후에 회사에서 불이익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물었다.

 

24.6%가 “그렇다”고 답했다. 역시 비정규직 여성(31.9%)일수록 불이익을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 이어 건설업(36.7%),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33.3%) 등의 업종에서 불이익 경험이 높았다.

 

불이익 유형을 보면 ‘직무 재배치 등 본인 의사에 반하는 인사 조치’와 ‘승진 제한 등 부당한 인사 조치’가 각각 42.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임금, 상여금 차별 지급’(28.9%), ‘교육훈련 등 기회 제한’(14.5%), ‘해고, 파면, 권고사직 등 신분상 불이익’(12%), ‘집단 따돌림, 폭행, 폭언’(4.8%) 등이 지적됐다.

 

민수영 직장갑질119 출산육아갑질특별위원회 변호사는 “출산휴가, 육아휴직, 육아기 단축근무 등 제도와 관련해 지난 5년간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2335건 중 처벌로 이어진 것은 159건(6.8%)에 불과하다”며 “출산·육아를 민폐로 취급하는 갑질을 국가가 방치하는 동안 개인은 출산이라는 선택지를 지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이 바뀌어야 출생률이 바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