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윤해영 기자 |
음주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오랫동안 전문가마다 의견이 갈리는 주제였다. 하루 한두 잔 정도의 술은 건강에 오히려 좋다는 의견도 있고, 음주는 용량과 상관없이 무조건 해롭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은 5년마다 ‘미국인을 위한 식단 지침’ 이란 것을 발표한다. 2020년에 나온 마지막 판에는 음주와 관련해 '술은 남성은 하루 두 잔, 여성은 하루 한 잔 마셔도 괜찮다'고 돼 있다. 이제까지 쭉 그랬다.
그러나 올해 발표될 이 지침 개정판에는 ‘모든 음주는 건강에 좋지 않다’로 수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정부의 공중보건 최고책임자가 5일 “알코올 음료는 유방암을 비롯한 최소 일곱 가지 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서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비벡 머시 미 의무총감(Surgeon General) 겸 공중보건서비스단 단장은 “알코올이 들어 있는 모든 술은 암을 유발한다. 많은 이들이 적당한 음주는 건강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연구 데이터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면서 “담뱃갑처럼, 술병에도 ‘음주는 암을 유발한다’는 내용의 경고 문구를 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머시 의무총감은 “음주는 용량과 무관하게 유방암·대장암·식도암·간암·구강암·인두암·후두암 등 최소 일곱 가지 암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며 “매년 술로 인해 암이 약 10만 건 발병하고 약 2만 명이 사망한다”고 말했다. 알코올과 관련된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한 해에 1만3500명이 넘는다고 했다.
머시 의무총감은 보고서에서 여성의 경우 1주일에 1잔 이하로 음주하는 경우에도 암 발병률이 17%, 하루 2잔을 마시면 22%로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남성은 1잔 음주에 암 발병률이 10%, 2잔이면 13%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술은 담배, 비만에 이은 세 번째 암 유발 원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술병에 암 유발 경고를 표시하는 나라는 약 47개 국이다. 한국은 이미 표시하고 있고 아일랜드가 내년부터 표시할 예정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미 2022년 “적당량의 술도 절대 안전하지 않다”고 발표했었다.
의무총감의 권고로 경고문구가 언제 채택될지는 분명하지 않다. 알코올 음료에 ‘발암 위험을 높인다’는 경고 부착을 의무화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주류업계의 로비도 변수다.
미국 의무총감실은 1964년 담배가 암을 일으킨다는 보고서를 냈는데 그 이듬해에 담배에 경고문구 표시를 의무화하는 입법이 이뤄졌다.
알코올에 대해서는 1988년부터 경고문구가 의무화돼 지금까지 변경 없이 시행되고 있는데 다만 암 유발 위험은 언급돼 있지 않다. 임신 중인 경우 기형아 출산 우려, 운전 및 기계류 조작 시 판단력 저하, 일반적인 건강 위험 정도의 내용만 있다.
미 의무총감의 발언이 갖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음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고 술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머시 총감의 발표 후 열린 3일 증시에서 프랑스 주류 전문기업 레미 쿠앵트로 주가는 5.0%, 샴페인 브랜드 ‘모에&샹동’ 등을 보유한 LVMH 주가가 각각 3.8% 내려가는 등 주류 기업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