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신간] 건강하게 오래 살고 짧게 아프다 죽으려면

장수의학 권위자 피터 아티아 박사, ‘질병 해방’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건수 기자 |

 

 

인류의 꿈은 무병장수다.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은 인간의 평균 수명을 지난 100여 년 간 2배 가까이 늘렸다.

 

하지만 생애 마지막 10년은 대체로 고통스럽다. 당뇨, 치매, 암, 심장병 등 각종 질병을 겪다가 사망한다.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다 편안히 죽는 것은 이룰 수 없는 바람일까.

 

스탠퍼드 의대 의학박사로 세계적인 장수 의학의 권위자이자 노화와 만성 질환 전문가인 피터 아티아 박사가 쓴 책 ‘질병 해방’은 “치매, 암, 당뇨, 심장병 등 만성질환과 노화는 늦추고, 막고, 심지어는 10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까지 더 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모두에서 최근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폭주하는 베스트셀러’로 주목받았다.

 

아티아 박사는 존스홉킨스병원에서 ‘올해의 레지던트’로 선정되는 등 유망한 전공의였지만, 한때 의료계를 떠나 컨설팅 회사에 취직했다. 현대 의학의 접근법과 체제에 회의적이었기 때문이다.

 

전날까지 건강하던 50대 여성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경우를 보며 병원을 떠났다가 건강과 질병을 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새로운 접근법을 갖고 의료계로 돌아왔다.

 

저자는 의학의 패러다임과 마인드셋을 전면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의학 2.0의 가장 큰 문제점이 병 진단을 내린 뒤 사후 대처하는 접근법 자체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주류 의학은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엄청난 돈과 인력을 쏟아부어 왔지만 그 성과는 미미했다. 저자는 “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 병에 걸리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이미 그 전부터 병에 걸려 있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젠 예방의학(preventive medicine)이 아니라 사전대응의학(proactive medicin, 의학 3.0)으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질병을 정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학 3.0은 운동, 식단(영양), 수면, 정서 등 생활습관을 개인별로 최적화하는 전술과 대처법을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질병 예방을 위한 사전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성 질환은 중년이 아니라 20~30대, 심지어 10대 때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또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표준 지침을 버리고 개인 맞춤형 정밀 의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은 저마다 독특하며 동일한 문제와 특성을 지닌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꾸준한 운동, 식단 관리, 수면의 질, 정서 건강을 최적화하는 5가지 전술 영역과 기법을 말해준다. .

 

특히 운동은 가장 강력한 장수약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딱 하나 새로운 습관을 들이려 한다면 운동 영역에서 택해야 한다”면서 “매주 운동을 전혀 하지 않다가 일주일에 겨우 90분 운동을 하면 모든 원인에 따른 사망 위험을 14% 줄일 수 있다. 이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약물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근력 운동을 일종의 ‘퇴직 연금’이라고 표현했다.

 

건강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치료가 아닌 ‘예방’이 최선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종양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종양이 출현해 퍼지지 못하게 예방하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며 “내가 나 자신 인생의 선장이라는 마음으로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최대한 빨리 개입해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죽음에도 ‘빠른 죽음’과 ‘느린 죽음’이 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사고, 부상 같은 ‘빠른’ 원인으로 죽음을 맞이할 확률이 높았다. 그 뒤로 느린 죽음이 빠른 죽음을 대체해왔다. 저자는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려면 느린 죽음의 원인들을 이해하고 직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백세인의 삶에 더 가까운 인생 경로를 살도록 돕는 것, 이것이 의학 3.0의 목표다. 백세인은 더 오래 살 뿐 아니라, 건강한 상태에서 더 오래 산다. 신체 기능을 잘 유지하고 만성 질환 없이 더 오래 살다가 생애가 끝날 무렵에 더 짧게 앓다가 세상을 뜨는 것, 이것이 바로 저자가 원하는 것이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인 빌 기퍼트는 유명한 건강 과학 전문 기자다.

 

피터 아티아·빌 기퍼드 지음/부키/752쪽/2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