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료

머리 아래 목까지 ‘두경부암’이 늘고 있다

갑상선암 제외하면 전체 암의 2.2%
흡연자는 발생 가능성 15배로 높아져
음주, 구강성교 등이 주요 원인
조기 발견하면 생존율 90%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사람의 생존에 꼭 필요한, 먹고 말하고 숨 쉬는 데 쓰는 신체 기관은 입, 코, 목, 혀 등이다. 머리 아래 목까지 이런 부위를 ‘두경부’라고 한다. 가슴과 폐, 눈, 뇌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다.

 

두경부에 암세포가 생기는 것이 두경부암(Head and neck cancer)이다. 두경부암 치료는 혀를 포함한 구강 일부나 숨을 쉬고 목소리를 내는 후두, 음식이 지나는 통로인 인두 등을 절제할 수 있어서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얼굴 부위를 수술해야 하므로 심리적, 심미적 부담이 매우 크다.

 

두경부암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그런 추세다. 두경부암은 세계적으로 암종 가운데 발병률 6위다.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전체 암 중 발생률이 가장 높은 갑상선암을 제외한 나머지 두경부암은 전체 암 가운데 2.2%를 차지한다. 갑상선암까지 포함하면 약 15%다.  아직은 희귀암이지만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두경부암 환자 발병률은 약 17.2% 증가했다.

 

가톨릭의대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두경부암으로 새롭게 진단받은 국민은 1만 732명으로, 인구 1000명당 0.25명에서 두경부암이 발병했다. 이 가운데 남성은 1000명당 0.19명으로 여성(0.06명)에 비해 3배 이상 높았다.

 

 

◇두경부암의 종류

 

두경부암은 머리와 목 부위에 발생하는 암을 총칭한다. 이 부위에는 비강, 부비동, 혀, 입, 연구개, 경구개, 후두, 인두, 침샘 등 다양한 기관이 있다.

 

암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구강암, 후두암, 인두암, 침샘암, 비부비동암 등으로 나뉜다. 갑상선암도 포괄적 의미에서 두경부암에 속한다. 국내에서는 후두암과 구강암이 가장 많이 발병한다. 후두암은 목의 가운데 위치해 호흡과 발성을 하는 기관에 생기는 암이다. 구강암은 혀와 잇몸, 볼과 입천장, 혀 밑바닥 등 입안에 생기는 암이다.

 

◇두경부암 원인은 세 가지

 

두경부암의 대표 위험인자는 흡연, 음주,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세 가지다. 특히 흡연은 두경부암 발생 위험을 15배 정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주는 하인두나 후두부에 발생하는 암에 주로 관여한다. 알코올의 과도한 섭취는 인후와 식도 등의 조직을 손상시켜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흡연과 음주를 같이 할 경우 두경부암 발생 위험이 4배 이상 증가한다.

 

HPV는 구인두암(인후암, 설암, 편도암) 발생과 관련이 깊다. 구인두암이 늘어나는 것은 구강성교(오럴 섹스)를 통해 HPV가 주로 전파되기 때문이다.

 

두경부암은 연령과 성별, 인종에 따라 좀 다르게 나타난다는 특징도 있다. 일반적으로 50대 이상 남성에게서 많이 발생하며, 인종적으로는 흑인과 히스패닉계에서 발병률이 높다. 또,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도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

 

 

◇증상은?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목소리 변화, 인후통, 연하곤란, 호흡곤란, 귀 통증, 턱관절 장애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는 경우에는 즉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별다른 외부 자극 없이 갑자기 목소리가 쉰 뒤 여러 주가 지나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후두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목구멍에 이물감이 들거나 음식을 삼키기 불편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도 있다.

 

구강암은 구강 내 한 곳에서 통증과 혹이 악화하는 특징을 보인다. 침샘암은 귀 주위나 턱 아래에 혹이 만져지거나 안면마비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다. 비강암은 코피나 코막힘 증상이 흔하다.

 

두경부에 통증이나 이물감, 종괴가 느껴지는 게 3주 이상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병원을 찾아 보는 게 좋다.

 

◇치료는?

 

두경부암의 5년 생존률은 평균 60%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고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받은 환자가 많다.

 

두경부암은 내시경, CT, MRI 등으로 확인한다. 최근엔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CT)으로 두경부암 범위와 원격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암 진단이 내려지면. 수술, 방사선, 항암 치료 등을 한다.

 

초기에 발견되면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등 단독 치료로 완치되지만 암이 진행되면 한 가지만으론 치료가 어렵다. 말하거나 삼키는 기능을 보존하기 위해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함께 시행하는 일도 많다.

 

두경부암은 암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과 함께 먹고 말하고 숨 쉬는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발생 위치나 원인, 환자의 나이나 직업 등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 치료가 주로 진행된다.

 

◇두경부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가장 중요한 게 금연과 금주, 건강한 성생활이다. 구강성교는 가능한 한 위생적 환경에서 하는 게 좋다.

 

무엇보다 정기적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최선의 방법이다.

두경부암은 1~2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80~90%까지도 생존율을 높일 수 있어 이른 진단이 중요하다.

 

◇남녀의 발병 차이는?

 

가톨릭대 연구팀에 따르면 후두암에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가장 뚜렷했다. 60대 남성의 후두암 발병률은 여성의 20배였으며, 40대 남성은 11배 높았다. 하인두암도 60대 남성은 24.2배, 40대 남성 6.8배 등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남성이 여성보다 흡연·음주를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흡연자와 비음주자만을 비교했을 때에도 남성의 두경부암 발병률은 여성보다 2.9배 높아 남성이 두경부암에 훨씬 민감했다.

 

70세까지는 남성과 여성의 발병률 차이가 컸는데, 특히 60대 후반에서 가장 크게 벌어졌고, 그 이후에는 차이가 점차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