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건강] <38>‘유전’과 ‘가족력’은 같은 말일까

유전은 유전자 검사로 사전 예측...예방 못해
가족력은 환경과 습관 요인 작용...예방 가능
난치병은 주로 유전에 기인, 고혈압 당뇨는 주로 '가족력'

한국헬스경제신문 윤해영 기자 |

 

암, 치매, 당뇨 등 만성질환을 이야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것이 ‘유전’과 ‘가족력’이다. 3대 가족 건강만 잘 살펴도 나의 미래 건강을 예측할 수 있다고들 말한다.

 

같은 핏줄은 같은 유전자를 상당수 갖고 있기 때문에 이 둘은 얼핏 같은 말처럼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유전’(Genetic Inheritance)은 특정 유전 정보가 자손에게 전달돼 질병이 발생하는 것이다. 유전자의 전달 여부가 질병 발생을 결정한다. 일부 질환은 사전 검사를 통해 유전 확률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예방할 수는 없는 경우다.

 

대체로 난치성 질환들에 많이 해당한다. 다운증후군, 적녹색맹, 혈우병 등 사전 검사를 통해 유전 확률을 예측할 수는 있는 것들이다.

 

자녀가 질병을 갖고 있어도 부모는 유전 인자만 가지고 있고 질병이 없는 건 ‘열성 유전’이라고 한다.

 

 

반면 ‘가족력’(Family History)은 3대에 걸친 직계가족 또는 4촌 이내에서 같은 질환을 앓은 환자가 2명 이상일 경우를 말한다. 이를테면 어머니와 딸 중 한 명이 똑같이 유방암을 앓을 경우 가족력이 있다고 보는 식이다.

 

가족력은 유전적 요인 외에 생활 습관, 식습관, 주거 환경, 직업, 사고방식 등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가족력은 질병 발병의 ‘예고’와 같은 개념으로 활용될 수 있다.

 

가족력과 관련이 깊은 질병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뇌졸중, 치매, 비만, 골다공증, 아토피피부염, 조울증, 일부 암(유방암, 대장암, 폐암, 위암, 갑상선암) 등이다.

 

부모가 모두 고혈압일 경우 성인 자녀의 약 30%가 고혈압을 앓고, 형제자매가 고혈압일 경우에는 확률이 57%로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부모가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았을 경우 자녀에게도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나타날 확률이 2배 정도 높아지며, 아토피피부염 역시 가족력이 최고 80%로 매우 높은 편이다.

 

유전은 예측할 수 있으나 예방은 할 수 없다. 하지만 가족력은 생활습관을 바꾸거나 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면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