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 노혜선 하나로의료재단 가정의학과 전문의
우리나라 성인 남성 2명 중 1명꼴로 갖고 있는 질병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더욱 많아진 이 질병은 수많은 질환의 원인이 되지만 많은 이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바로 ‘비만’이다.
2024년 9월 대한비만학회에서 발표한 ‘비만병 팩트시트 2024 ’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 전체의 비만 유병률은 38.4%이며, 특히 성인 남성의 비만율은 49.6%에 달한다.
비만은 세계보건기구가 규정한 질병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고 나아가 사망률을 높이는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을 추적 관찰한 결과 비만한 사람은 비만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당뇨 발생 위험은 2.5~9.5배, 고혈압은 2~5.2배, 심근경색은 1.2~2.1배로 높아진다(출처: 비만병 팩트시트 2024).
이외에도 지방간, 통풍, 관절염, 수면무호흡증, 하지정맥류, 담석증, 위식도역류질환, 난임, 발기부전, 대장암, 유방암, 간암 등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비만은 단순히 체형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증후가 나타났을 때는 진단을 통해 치료를 해야 하는 질병이라 할 수 있다.
비만, 체중보다 중요한 건 체지방률
체중이 정상 범위에 들어도 체지방률이 높을 수 있고, 반대로 비만이 아니어도 근육이 많으면 체
중이 많이 나갈 수 있다. 따라서 비만 여부는 체질량지수(BMI), 허리둘레, 체지방률, 내장 비만 정도 등 여러 가지 측정한 기준치를 종합해 판단한다. 그중 체질량지수는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한국인의 경우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정의한다.
특히 복부 비만은 배에 과도한 지방이 축적된 상태로 허리둘레가 남자 90cm, 여자 85cm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 체질량지수가 정상이어도 복부 비만일 경우 앞서 기술한 합병증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정확한 비만 관리를 위해 체중과 허리둘레를 반드시 함께 확인해야 한다.
비만, 합병증 발생 전 관리·치료해야
비만 치료의 기본은 생활 습관 개선, 즉 식이 요법이나 운동 요법 등이지만 이것만으로 체중 감량
이 어려운 경우,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약물 치료를 보조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비만 치료제는 적절한 체중 감량 유도와 유지, 그리고 비만 합병증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전통적인 비만 치료제에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식욕을 억제하고 에너지 소비를 촉진하는 ‘식욕억제제’와 몸에 들어온 지방이 분해돼 흡수되는 것을 막는 ‘지방분해효소 억제제’가 있다.
최근에는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던 GLP-1 유사체 기반 주사제(상품명: 삭센다)가 비만 치료의 게임체인저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GLP-1 유사체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하는 호르몬처럼 작용하여 혈당을 낮출 뿐만 아니라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지속시켜 비교적 적은 부작용으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다. 단,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적합한 약물을 선택해야 하며, 정기적인 방문을 통해 생활 습관을 관리하고 약물 요법이 현재 자신에게 유효한지 확인해야 한다.
비만은 ‘비만병’이라 불릴 정도로 전 세계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엄연한 질병이며, 이로 인한 사회
적, 경제적 손실도 매우 크다. 따라서 비만이 질병이라는 인식 전환과 함께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에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검진 결과 체질량지수, 허리둘레 또는 체지방률이 높다면 정확한 비만 관리를 위해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