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윤해영 기자 |
올해 미국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성전환 여성 의원이 탄생했다. 델라웨어 주에 출마한 민주당 새라 맥브라이드(34) 당선인이다.
그는 2020년에 사상 처음 주 트랜스젠더 상원의원이 된 데 이어 이번에 사상 첫 연방 하원의원이 됐다.
‘트랜스젠더’는 우리말로는 ‘성전환’으로 쓰는데 태생과 다른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신체적으로도 성전환을 하기 위한 수술 여부와는 무관하다. 맥브라이드 의원이 남성 성기를 거세한 성전환 수술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맥브라이드 당선인은 21세 때 대학 신문과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올려 자신이 트랜스젠더 여성이란 사실을 밝혔다. 백악관에서 인턴으로 일한 최초의 트랜스젠더이며, 2016년에는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자로 나섰다. 성소수자 인권 운동가로선 이미 전국적으로 명성을 쌓았다.
그가 당선되자 미 하원은 당장 그가 남녀 화장실 중 어느 화장실을 사용하게 해야 하는지 문제를 놓고 고민해야 했다.
마이크 존슨 미국 연방 하원의장(공화·루이지애나)이 20일 여성으로 성전환한 의원의 워싱턴DC 연방 의사당 및 하원 건물 내의 여자 화장실 사용을 금지했다. 맥브라이드 당선인을 겨냥한 것이다.
존슨 의장은 성명에서 “화장실, 탈의실, 라커룸 등 의사당과 하원 건물 내부의 단일 성별을 위한 시설은 해당 생물학적 성별을 지닌 개인을 위해 준비된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 의장은 전날 맥브라이드를 여자로 보는지 또는 남자로 보는지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 몇 시간 뒤 “남자는 남자고 여자는 여자다. 남자가 여자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나는 또한 우리가 모든 사람을 존중해야 하며, 이런 모든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맥브라이드의 성 정체성을 인정할 수는 없지만 그를 인간으로서는 존중해주겠다는 취지다.
앞서 공화당 낸시 메이스(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은 트랜스젠더 여성의 연방의회 의사당 내 여성 전용공간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맥브라이드 당선인은 성명을 통해 “모든 의원과 마찬가지로 나는 존슨 의장이 제기한 규정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따를 것”이라며 “나는 화장실을 두고 싸우러 온 게 아니다. 나는 델라웨어 주민을 위해 싸우고 가족들이 직면한 생활비를 낮추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해당 법안은 미국인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진짜 해결책을 내놓을 능력이 없다는 점을 숨기려는 극우 극단주의자들의 노골적 시도”라고 말했다.
맥브라이드 당선인은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인권 단체와 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맥브라이드 당선인이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미국 최대 성소수자 옹호 단체 ‘휴먼라이츠캠페인’의 켈리 로빈슨 대표는 “이 규정은 맥브라이드 당선인뿐 아니라 의사당에서 일하거나 방문하는 모든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며 “잔인하고 차별적”이라고 비판했다.
멜라니 스탠스베리 민주당 의원도 “동료 여성 의원이 다른 여성 의원을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구역질 나고 수치스러우며 무책임하고 비민주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공화당이 지배하게 된 미 하원의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입장과 같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중 “취임 첫날 학교에서 성전환을 조장하는 것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17년 갤럽은 미국 성인 4.5%가 성소수자(LGBT)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미 언론은 성소수자의 정계 진출을 ‘레인보우 웨이브(rainbow wave)’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