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료

[이런 병, 저런 병] <31>눈을 다친 후 발생할 수 있는 ‘외상성 녹내장’

가구 모서리에 눈 부딪혀 실명할 수도
외상 후 안압 상승...수년 후 발생하기도
눈에 타박상 입으면 꼭 검사 받아야

한국헬스경제신문 박건 기자 |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꼴로 평생 단 한 번도 안과 검사를 받질 않는다고 한다. 특히 청장년층의 안과 정기검진 비율이 낮은 편이다.

 

안과 질환에서 가장 무서운 것 중 하나가 녹내장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서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고 한다. 녹내장과 함께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을 3대 실명질환으로 부른다.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가 좁아지고 결국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는 녹내장은 일반적으로 안압 상승이나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 공급 장애 같은 만성적인 원인 탓에 발생한다.

 

우리 눈도 다른 신체기관과 마찬가지로 잘못하면 부상을 입는다. 누군가에게 눈을 맞거나, 가구 모서리에 눈이 부딪히거나, 야구공에 눈을 맞거나, 교통사고 시 에어백이 터지면서 눈이 다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외부 충격이 시력 영구 상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바로 이차성 녹내장의 한 형태인 ‘외상성 녹내장’(traumatic glaucoma)이다.

 

눈에 직접적인 충격이나 손상이 가해진 후 안압이 상승하면서 시신경이 손상되고, 결국 시야 결손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눈에는 안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수’라는 액체가 있다. 눈이나 그 주변에 충격을 받으면 수정체와 홍채 조직이 뒤쪽으로 밀리며 방수가 배출되는 전방각 내 섬유주에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로 인해 방수 배출이 원활하지 않으면 안압이 상승하면서 녹내장이 발병한다. 대부분 충격으로 전방 출혈이 생기면서 안압이 급격히 올라가 급성 녹내장이 발생하지만, 출혈이 흡수된 후에도 섬유주 손상으로 방수 배출에 장애가 생기면 안압이 서서히 상승하면서 녹내장으로 진행할 수 있다.

 

외상성 녹내장은 외상 후 수개월 또는 수년이 지나서야 발생하기도 한다.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안과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지 않으면 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할 때까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외상 직후에는 통증, 충혈, 시력 저하, 눈부심, 전방 출혈 등이 나타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시야 결손, 시력 저하가 진행된다.

 

치료는 방수 유출 장치 삽입술이나 섬유주절제술, 미세 침습 녹내장 수술을 활용한다. 섬유주절제술은 전통적인 녹내장 수술로 결막 아래에 새로운 방수 배출로를 만들어 안압을 낮추는 방법이다. 방수 유출 장치 삽입술과 미세 침습 녹내장 수술 역시 안압 조절을 위해 방수를 결막 공간 아래로 배출시키는 관을 삽입한다.

 

안구 주위에 타박상을 입으면 반드시 안과에 가서 정확한 눈 상태를 검사받는 게 좋다. 이미 발생한 시신경 손상은 원래 상태로 회복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