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김혁 기자 |
서머타임(일광절약시간제)은 단순한 시간 변경을 넘어 우리 몸의 생체 리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인체는 24시간 주기의 생체 시계(Circadian Rhythm)에 맞춰 호르몬 분비와 대사 활동을 조절한다. 그런데 인위적인 시간 변화는 이 시스템에 혼란을 준다.
서머타임이 시작될 때 시계 바늘을 한 시간 앞당기면, 실질적으로 수면 시간이 한 시간 줄어들게 된다. 단 한 시간의 차이라도 생체 시계가 적응하는 데는 보통 일주일 정도가 걸린다. 이 기간 동안 불면증, 수면의 질 저하, 낮 시간의 과도한 졸음이 나타날 수 있다.
빛 노출 시간이 달라지면서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 타이밍이 어긋나 숙면을 방해한다.
여러 의학적 연구에 따르면 서머타임 시행 직후 월요일과 화요일에 급성 심근경색(심장마비) 발생률이 평소보다 약 5~24% 상승한다는 보고가 있다. 수면 부족과 갑작스러운 기상 시간 변화가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혈압을 높이고 심장에 무리를 주기 때문이다.
시간 변화는 뇌의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생체 리듬의 교란은 우울감이나 불안 증세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북반구에서 가을에 서머타임을 해제할 때 일조량이 갑자기 줄어들며 ‘계절성 정동장애(SAD)’가 악화되기도 한다.
수면 부족으로 인해 주의력이 떨어져 작업장 사고나 교통사고 발생률이 시행 초기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경향도 있다.
장기적으로 생체 리듬이 깨지면 인슐린 저항성에 영향을 주어 당뇨병 위험이 높아지거나 면역 세포의 활동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머타임을 폐지하면 미국에서 연간 260여만 명의 비만과 30여만 명의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제이미 자이처 교수팀은 16일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서머타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시뮬레이션 연구를 발표했다.
서머타임을 폐지하고 영구 표준시를 도입할 경우, 비만 전국 유병률이 0.78% 낮아지고, 뇌졸중 발생도 0.09%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시계를 1시간 앞당긴 서머타임을 표준시로 고정하는 영구 서머타임의 경우 비만은 0.51%, 뇌졸중은 0.09%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팀은 이는 효과가 작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영구 표준시의 경우 매년 비만 환자 260만 2800여명, 뇌졸중 30만 6900여명이 줄고, 영구 서머타임도 비만 170만 5400여명, 뇌졸중 22만여 명이 감소하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자이처 교수는 “이 연구는 현재 표준시를 고정하거나 서머타임을 고정하는 게 1년에 두 번 시간을 바꾸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일주기 관점에서 서머타임은 최악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스웨덴에서는 서머타임 시행 후 며칠간 심근경색 발생이 약 5% 증가한 연구가 있으며, 미국에서도 서머타임 시행 후 며칠간 치명적 교통사고가 약 6% 증가한 연구가 있다.
서머타임은 낮 시간대를 활용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경제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미국에서는 애리조나와 하와이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다.
다만 매년 3월과 11월 두 차례 시간을 조정하는 번거로움과 사회적 비용, 수면 시간 변화에 따른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존폐를 놓고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서머타임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임기 내 미국에선 서머타임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미국 의회에서 수차 일광절약시간제를 영구화하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실제 통과되지는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