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하루에도 수십 번 오르가슴…‘여성 생식기지속흥분장애(PGAD)’ 아시나요

‘6살 때부터 성적 흥분상태’…미 20대 여성이 앓는 희귀병
2001년에 처음 알려져...골반 혈관 기형 등이 원인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기봉 기자 |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가만히 있어도 오르가슴을 느낀다면?

시도 때도 없이 성적 흥분 상태가 지속된다면?

 

좋은 게 아니다. 이는 희귀 질환이다. 과잉 성욕이거나 성중독이 아니다.

 

성적 자극이나 욕구가 없어도 성적 흥분을 자주 느끼는 이런 질환을 의학계에서는 ‘생식기 지속 흥분장애’(persistant genital arousal disorder, PGAD)라고 부른다.

 

지난해 7월 하루에 약 100번씩 오르가슴을 느껴 고통스럽다는 브라질 모델의 고백이 보도된 적이 있다.

 

브라질에서 두 차례 ‘미스 범범(엉덩이 미인 대회)’ 챔피언을 차지한 수지 코르테즈라는 모델이 영국 매체 데일리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운동을 할 때나 차 안에 있을 때, 공원을 산책할 때, 심지어 치과 치료를 받고 있는 중에도 시도 때도 없이 오르가슴을 느껴 괴롭고 고통스럽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로 인해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없을 지경이며 외출을 못 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같은 질병을 15년 넘게 앓고 있는 20대 미국 여성의 사연이 25일 미국 뉴욕포스트에 보도됐다.

 

미국에 사는 스칼렛 케이틀린 월렌(21)은 6살 때부터 ‘생식기 지속 흥분장애(PGAD)’를 앓아왔다.

 

스칼렛은 “외음부가 벌레가 타는 것처럼 화끈거린다”며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흥분하게 되고 신경 통증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15년간 통증이 없는 날은 거의 없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증상은 낫지 않고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와 함께 캘리포니아에 있는 샌디에이고 성의학 클리닉에 입원해 생식기 신경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스칼렛은 PGAD와 함께 항우울제로 인한 성기 마비 등 여러 성 문제를 겪고 있었다. 또 골반 신경이 촉각에 과민 반응하는 병인 ‘선천성 신경증식성 전정증’을 태어날 때부터 앓고 있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진단됐다.

 

그는 현재 정상적으로 성욕을 느끼고 성생활을 하는 것을 목표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스칼렛은 “언젠가는 PGAD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성관계를 갖는 삶을 살길 원한다”고 말했다.

 

PGAD는 2001년에 처음 알려졌다. 주로 알려진 원인은 골반 혈관 기형, 신경 이상, 약제의 부작용, 성호르몬의 변화, 기타 신체 및 정신적 요소 등이지만 원인 불명인 경우도 많다.

 

해당 질환을 겪는 여성들은 작은 자극에도 오르가슴을 느끼며 적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며칠까지 증상이 지속된다. 주요 증상은 음핵의 찌릿찌릿함, 질이 흥분된 것처럼 부푼 느낌, 질 윤활액 증가, 자발적 질 움찔거림, 평소의 질과 다른 느낌, 유두 발기, 음핵 발기 등이다. 자위나 성관계를 해도 증상 해소에는 근본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행히 원인은 몰라도 치료는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약물을 이용한 보존적 치료를 한다. 안정제를 사용하거나 증상을 악화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방법 등이 쓰인다.

 

남성에게도 유사한 게 있다. 성욕이 없는 상태에서 수 시간 이상 발기가 가라앉지 않고 통증이 있는 ‘음경 지속발기증’이다. 혈액 순환이 제대로 안 돼 영구 발기부전이 올 수 있는 응급질환이다.

 

그러나 여성은 기능적 이상이나 다른 신체적 장애가 생기지 않으므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환자는 고통스럽다. 실제 매일 원치 않는 오르가슴을 수십 회씩 경험해 탈진한 20대 여성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또 이 질병을 앓는 여성은 공황이나 우울감에 취약해 심리적으로도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