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칼럼] 건강한 구강이 신체노쇠를 늦춘다

구강노쇠 증상, 체중감소, 근력저하, 보행속조저하 등
올바른 치솔질 및 정기치과검진 중요

 

한국헬스경제신문 | 정회인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예방치과학교실 부교수


신체가 노쇠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만 구강도 노쇠한다는 사실에는 둔감한 경우가 많다. 구강노쇠의 증상은 무엇이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우리 몸에 나타나는 노쇠의 대표적인 증상은 체중 감소, 근력 저하, 피로감, 보행 속도 저하, 신체 활동량 감소이다. 이 다섯 가지 증상 중 세 가지 이상에 문제가 있을 경우 노쇠로 진단한다. 노쇠는 그 자체로도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만, 몸이 전반적으로 약해져 노년기 건강을 크게 방해한다.

 

구강은 먹고 말하기뿐 아니라 다양한 모양으로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신체 기관이다. 그런데 구강이 노쇠해지면 식사 중에 목이 메거나 음식물을 흘리고, 제대로 씹지 못하는 상황이 점점 늘어나며 발음이 불분명해진다.

 

초고령 사회를 우리보다 먼저 경험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일찍이 구강의 기능 감소에 주목하였다. 구강노쇠 증상을 보인 노인은 구강이 건강한 노인에 비해 신체노쇠, 근감소증, 장애 및 사망률의 위험이 각각 2배 이상 높다.

 

2014년 일본 국립노화노인의학센터(National Center for Geriatrics and Gerontology)는 구강 기능의 저하가 전신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고 주장하며 구강노쇠를 신체노쇠의 위험 인자 중 하나하고 하였다. 즉 구강노쇠를 조기에 발견하고 잘 관리하여 건강한 구강을 유지하면 신체가 노쇠해지는 것을 늦출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구강노쇠를 진단하고 관리할 수 있는 구강 기능 검진 체계를 갖추었다. 구강 위생 상태, 구강 건조, 교합력, 입술과 혀의 운동 기능, 혀의 근력, 음식을 씹어서 부수는 능력, 삼키는 능력 등 총 7개를 평가하여 그중 3개 이상에서 기능이 떨어져 있으면 구강기능저하증으로 진단한다. 2018년부터는 건강보험에서 급여도 시작하였다.

 

우리나라도 구강노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구강 관리와 치료를 통해 노년기 건강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지난 2022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대한치의학회, 대한노년치의학회가 공동으로 한국형 구강노쇠 진단 및 치료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였다. 한국형 구강노쇠 진단에서는 65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저작 기능, 교합력, 혀의 근력, 구강 건조, 삼키는 능력, 구강 위생 상태 총 6개 항목 중 2개 이상 항목에서 기능 저하가 관찰되는 경우 구강노쇠로 정의하였다.

 

구강노쇠 진단을 받은 노인에게는 저작근 운동, 타액선 마사지 및 설구순 운동을 권고하며, 저작 기능이 저하된 노인에게는 교합(입을 다물었을 때 아랫니와 윗니의 접촉 상태)되는 치아 개수를 늘리는 등 교합력 증강을 위한 치과 치료를 권고한다. 환자 자신도 구강 건강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구강이 건조하면 충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불소 도포를 하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 만약 건조 증상 때문에 불편감이 있다면 의사와 상담해 타액 대체제 처방을 받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구강노쇠에 있어서 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개인적으로는 올바르게 칫솔질을 해야 하며, 정기적으로 치과 검진을 받아 치주 관리, 치아 우식 예방, 틀니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구강을 유지하면 구강노쇠를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한 노년 생활을 도모할 수 있다. 노쇠가 시작되는 시기에 빨리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 노쇠를 늦출 수 있다. 병원 치료로도 돌이키기 어려운 장애가 발생하기 전에 적극적으로 관리하자.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