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건강칼럼> 노인 위한 안전한 의약품 복용

중복처방 등 약물 오남용시 인지저하, 낙상, 섬망 등 증후군

 

한국헬스경제신문 | 백진희 서울대학교병원 약제부 부장 

 

고령자 약물 오남용과 부작용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만성 질환을 가진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많은 노인들이 만성 질환(고혈압, 당뇨, 관절염, 골다공증, 동맥경화증, 요통 등)을 치료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한다. 그 결과 약을 오남용한다든지, 여러 가지 약을 같이 먹는다든지 혹은 같은 성분의 약을 모르고 중복하여 먹는다든지 하는 등의 잘못된 복용으로 부작용이 늘어나고 있다.


한편 약이 아니니까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건강기능식품이나 보약, 몸에 좋다는 여러 가지 음식들도 복용약과 상호 작용으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5종 이상 약물을 복용하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입원 위험이 18%p 높고, 사망 위험도 25%p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용 약물 개수가 늘면 약물 상호 작용과 중복 처방의 위험도 커진다. 고령자는 약물 대사 능력이 떨어져 늘 먹던 약에 다른 반응을 나타내는 당혹스러운 일도 생긴다. 약물로 인한 부작용은 흔히 인지 기능 저하, 낙상, 섬망, 욕창, 배뇨 장애 등 노인증후군으로 나타난다.


고령층에서 주로 먹는 약


소염진통제: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나프록센 등 
많은 노인들이 관절염 같은 근골격계 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동반 질환 때문에 생긴 통증으로 소염진통제를 긴 기간 복용하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여러 병원에서 소염진통제를 중복으로 처방받아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신장 기능을 저하시켜 부종, 혈압 상승, 심부전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고, 위장관에 영향을 미쳐 소화불량, 궤양, 출혈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당뇨병 약제
노인들은 식사를 거르거나 적게 먹어 영양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만성 질환이나 신체 조건의 변화 등으로 약이 작용하는 대사 과정이 달라져 60대 이하의 젊은 세대보다 저혈당이 쉽게 올 수 있다. 식은땀, 떨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주스 또는 사탕 등을 먹어 당분을 섭취해야 한다. 함께 복용 시 주의해야 할 약제는 고혈압약이다. 이를 함께 복용하는 경우 혈당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치의에게 복용 중인 약을 미리 알려야 한다.


항정신병 약제: 쿠에티아핀, 아리피프라졸, 리스페리돈 등
특히 항콜린성 작용이 강한 신경정신계 약물들을 복용하면 약물에 의한 섬망, 인지 기능 저하, 배뇨 장애, 낙상, 입마름, 변비, 떨림 등 여러 부작용의 위험이 높아진다. 낙상 또는 골절이 있는 노인은 이처럼 낙상을 유발하는 약물 복용을 복용할 때 주의해야 한다.

 

심혈관계 약제
노인 중에는 고혈압,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등의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여러 심혈관계 약물을 복용한다. 고혈압약 복용 시에는 누웠다가 일어날 때 동작을 천천히 해야 한다. 함께 복용 시 주의해야 할 약제는 코막힘약, 감기약, 해열제, 진통제, 소염제 등이다. 함께 복용하는 경우 일시적으로 혈압이 높아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약
약국에서 의사의 처방 없이도 살 수 있는 약 중에서 항히스타민 성분의 알레르기약, 감기약, 소염진통제(타이레놀 등) 같은 경우는 비교적 안전하지만, 노인들이라면 이런 약들에도 주의해야 한다.

 

시야 장애, 배뇨 장애, 변비, 입마름, 섬망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고 과량 복용 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또한 비타민이나 식물 추출물 등이 들어간 성분들도 다른 약과 상호 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의사의 처방없이 복용하는 것은 주의를 요한다.


의사에게 진찰받고 처방전을 받기 전에 먹고 있는 모든 약을 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산 약은 물론이고, 몸에 좋다고 해서 특별히 따로 먹는 음식과 건강보조식품 역시 약과 어떤 역학 관계에 있을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새로운 약을 처방받을 때에는 현재 먹고 있는 약뿐만 아니라 음식과 기능성 식품 등도 미리 의사에게 이야기해야 질병을 안전하게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루에 복용하는 약이 5가지 이상이라면 다약제 복용에 해당하며 이런 경우 약물 부작용 위험이 매우 높으므로 단골 약국을 정해 한 약국에서 구입하고 복용 설명을 듣는 것도 약 부작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여건상 단골 약국을 두기 어렵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내가 먹는 약! 한눈에’ 서비스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10개 이상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가까운 국민건강보험 지역본부 건강지원센터로 연락하여 다제약물관리사업에 참여하면 약물과 복용법 등 궁금했던 내용을 상담할 수 있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