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 간호사’가 뭐지?...의료계 중심축으로 떠올라

간호법 국회 통과로 역할과 지위 합법화돼
수술, 검사, 처치 등 의사 보조하는 의료행위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전국에 1만 6000명이 일해
선진 외국에는 ‘전문간호사’ ‘인정간호사’ 등이 있어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국내 의료계의 오랜 쟁점이자 간호사들의 숙원인 ‘간호법’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함에 따라 ‘진료지원 간호사’(PA간호사)라는 직역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간호법은 의료법에서 간호사와 관련한 조항을 떼내 별도로 입법한 것이다. 그동안 여야 간 입장 차이와 의사협회의 반발로 입법에 실패했다.

 

제정된 간호법의 핵심은 PA간호사에 대한 업무 범위와 지위를 처음으로 명문화한 것이다.

 

이로써 불법이지만 의료현장에서 사실상 용인돼 왔던 PA간호사의 의료 행위가 내년 6월부터 합법화되고 법적 지위가 보장된다.

 

PA 간호사란 수술, 검사, 응급상황시 의사 보조 등의 일을 하며 실질적으로 의사의 의료행위 일부를 대신하는 인력이다. 기존 의료법 상 간호사 업무 중에 포함되지 않아 불법 의료행위를 한 셈인데 이들은 불안정한 지위, 의료사고 시 책임 문제 등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하지만 필수의료 분야 의사가 부족해지면서 PA간호사는 2010년 전후부터 빠른 속도로 늘어났고, 현재 전국 의료기관에 1만 6000명 이상이 활동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PA간호사와 유사한 간호사 직역이 제도화돼 있다. 미국은 10개 분야에 전문지식과 숙련된 기술을 갖춘 ‘전문간호사’ 공인제도를 운영하는데, 분야별로 일정한 실무·임상 경력과 교육을 충족한 간호사가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전문간호사로 활동할 수 있다.

 

일본도 인구 고령화에 접어들면서 1995년부터 특정 간호 분야에서 수준 높은 간호 실무를 수행하는 ‘인정간호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 인정간호사가 되려면 5년 이상 임상경험이 있는 간호사가 600∼800시간 정도의 교육과정을 거친 뒤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올해 2월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하자, 정부는 부족한 의료 인력과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PA간호사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시범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의료기관들은 간호사들을 ‘전공의 대체재’로 활용하면서 여러 부작용도 발생했다.

 

갓 간호대를 졸업한 신규 간호사가 PA업무에 사실상 강제로 투입되는가 하면, 1시간 교육 후 업무에 투입되는 사례까지 있어 간호사들은 환자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이미 PA간호사들이 의사의 의료행위에 준하는 처치와 시술 등을 현실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간호법을 제정해 이들에게 의료행위 자격을 부여하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마침내 여야 합의를 이뤄 입법으로 반영된 것이다.

 

여야는 PA간호사의 지위를 명문화한 간호법 제정으로 의정 갈등 장기화에 따른 의료 공백이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간호법 제정안은 전문간호사 자격을 보유하거나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임상경력이나 교육과정 이수에 따른 자격을 보유하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PA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검사·진단·치료·투약·처치’로 명시하자고 주장했는데 구체적 범위와 한계는 야당 입장을 수용해 시행령으로 정하기로 미뤄 놓은 것이다. 앞으로의 논의 과정에서 보건의료 직역 간 업무범위를 두고 마찰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간호법이 통과되자마자 대한간호협회와 대한의사협회가 완전히 상반된 반응을 보인 것만 봐도 앞으로 시행령 제정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간호계는 곧바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한간호협회는 “2005년 국회 입법으로 시도된 후 무려 19년 만에 이뤄진 매우 뜻깊고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우수한 간호인력 양성, 적정 배치, 숙련된 간호인력 확보를 위한 국가의 책무가 법제화돼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갈 토대가 마련됐다”고 기뻐했다.

 

간협 관계자는 “PA간호사 역할을 간호사들이 먼저 원한 것은 아니지만, 의사 부족으로 병원 등의 요청에 따라 하고 있는 것”이라며 “PA간호사가 명확한 업무범위 안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는 건 굉장히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간호법 통과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앞 단식 농성장에서 일일 브리핑을 열고 “간호법은 간호사가 진단하고, 간호사가 투약 지시하고, 간호사가 수술하게 만들어주는 악법”으로 간호사가 의사 행세를 할 것이라며 비판했다.

 

간호법 제정안은 공포 후 9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다음 달 국무회의를 거쳐 이르면 내년 6월 시행이 예상된다. 교육과정 양성에 대한 규정은 공포일로부터 3년의 유예기간을 둘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