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료

[궁금한 건강] ⑦HPV 백신 접종하면 자궁경부암 검사 안 받아도?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자궁경부암은 국가암검진과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Human papilloma virus) 백신 국가접종 사업으로 예전보다는 발생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국내 여성암 중 5번째로 유병률이 높다.

 

자궁경부암의 90%와 항문생식기암·구인두암의 70%가 HPV 감염으로 발생한다. HPV 백신은 성경험 전에 접종을 완료하면 자궁경부암을 90% 이상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HPV 종류는 대략 150여 종이며, 이 중 약 40여 종이 항문과 생식기 감염에 관련이 있다.

 

정부는 현재 12~17세 여성청소년과 18~26세 저소득층 여성에게 무료로 HPV 백신접종을 시행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자 관련 의학계가 주장해온 남성청소년 확대 접종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HPV는 여성은 물론 남성에서도 흔하게 감염되고 남녀 모두에서 다양한 질병과 암의 원인이 되므로 남성과 여성 모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전 세계적 추세다. HPV 국가필수예방접종을 시행하는 172개 국 중 절반 가량이, OECD 가입 38개국 중에선 33개 국이 남성한테도 HPV 백신을 접종한다.

 

 

HPV는 대부분 성관계를 통해 전파되며 대부분 평생 한 번 이상 감염된다.

 

HPV 백신은 150종 가량의 모든 유형의 HPV 감염을 막지는 못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HPV 국가예방접종사업을 2016년에 늦게 도입했고 2022년에 대상을 확대했기 때문에 HPV 감염률이 높은 20대 여성 상당수는 HPV백신조차 접종하지 않은 상태다.

 

자궁경부암에 대한 일반의 오해를 정리해 본다.

 

-HPV 백신을 접종하면 평생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나

 

대표적인 오해다. HPV 백신은 150종이 넘는 HPV 중 자궁경부암 유발 원인의 70%를 차지하는 16·18형 HPV 등 일부 고위험 HPV만 예방하도록 고안됐다. HPV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모든 HPV 감염을 막을 수 없고 모든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HPV 백신(가다실·가다실9·서바릭스 등)을 접종했더라도 주기적인 자궁경부암 검사는 필수다.

 

-자궁경부암 검사는 평생 한 번만 받아도 충분한가

 

아니다. HPV는 감염자의 90%가 1~2년 이내에 특별한 치료 없이 자연적으로 소멸되지만 얼마든지 재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반복적인 HPV 감염으로 고위험군의 HPV에 감염되면 자궁경부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궁경부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천천히 진행한다. HPV에 감염된 세포가 암으로 진행하기까지 보통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정기적 검진을 통해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국가암검진사업으로 20세 이상 여성에게 2년 주기로 자궁경부 세포검사를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무료로 지원한다.

 

-그러면 자궁경부암은 발병 전에 징후를 알 수 있나

 

그렇다. 개인적으로 HPV 유전자 검사를 받아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인 16·18형 HPV 감염을 확인해 보는 게 안전하다.

 

전체 자궁경부암의 70% 이상이 16·18형 HPV 감염으로 발생한다. HPV 유전자 검사로 이 두 유형의 HPV 감염 여부만 확실히 파악하면 자궁경부 세포검사에서 이상을 발견하기 전에 자궁경부암 발병 가능성을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다.

 

국가암검진에서 무료 시행하는 자궁경부 세포검사는 현미경 등으로 세포 형태의 이상 여부를 살피는 방식이다. 그러나 초기 병변이나 자궁경부암으로 진행할 위험을 가진 여성에 대한 확인이 정확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자궁경부암 선별을 위한 1차 검진으로 HPV 유전자 검사를 권고한다.

 

HPV 유전자 검사는 자비를 들여 동네 산부인과 병·의원이나 건강검진센터에서도 간편하게 받을 수 있다. 자궁경부 세포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있다면 HPV 유전자 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가능하다.

 

-성관계 상대가 많은 여성은 자궁경부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가

 

이 문제는 꼭 그렇다고 답하기가 어렵지만, HPV는 거의 대부분 성접촉에 의해 감염되기 때문에 성관계 파트너가 많을수록 감염 위험성은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첫 성경험 나이를 늦추고, 상대를 최소화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장 좋은 것은 역시 다른 파트너를 두지 않은 한 명과 고정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HPV는 직접적인 성 접촉이 없더라도 입속 점막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콘돔이 HPV 예방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은데 HPV는 피부 접촉에 의해 전파되므로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더 많다.

 

-흡연도 자궁경부암 발생을 높이나

 

그렇다. 담배를 피우면 자궁경부암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건 많은 연구에서 나왔다. 세계보건기구도 자궁경부암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흡연을 지목한 바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5년 이상 담배를 피운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자궁경부암 발생 위험이 36배나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