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 김지홍 연세대 의과대학,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과 교수
야뇨증이란
5세(생후 60개월)가 넘었는데도 밤에 스스로 오줌을 가리지 못하는 경우를 야뇨증이라고 한다. 대개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었는데 아직 밤에 소변을 못 가려요.” 하소연 을 하며 병원을 찾고, 아이에게 심한 기능적 장애 혹은 발달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1차성(특발성) 야뇨증으로 신경계, 신장요로계, 내분비계 등의 기능적 장애 없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밤에 소변을 가리기 시작하여 6개월 이상 소변을 잘 가리던 아이가 갑자기 야뇨증을 보이는 2차성 야뇨증은, 선행되는 원인 질환이나 심리적 문제의 동반 가능성이 높아 좀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간혹 1차성 야뇨증에서도 선행 원인 질환이 발견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야뇨증이 나타나면 전문의 상담과 기본적인 소변 검사, 혈액 검사를 통해 신장 기능을 평가하고, 요로 기형 동반 여부를 확인하여 원인 질환을 찾아내 치료 여부와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야뇨증 원인
야뇨증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적 소인과 성숙 지연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일란성 쌍생아에서는 동시에 야뇨증이 발병할 수 있으며, 양쪽 부모가 야뇨증이었던 경우 자녀의 70%에서, 한쪽 부모가 야뇨증이었던 경우 자녀의 40%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숙 지연으로 발병하는 야뇨증 기전으로는 밤에 항이뇨 호르몬의 분비 양상이 성숙하지 않아 소변량이 방광 용적을 넘어 증가하는 경우, 방광의 성숙이 늦어 방광 용적이 연령에 비해 작거 나 방광의 예민도가 증가해 소변량을 충분히 담아 내지 못하는 경우, 수면 양상이 성숙하지 않아 잠이 깊고 쉽게 깨어나지 못해 방광에 소변이 충만해도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 등이 해당한다.
그러나 성숙 지연 현상은 연령이 증가하면서 자연적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5세 아동의 약 15%에서 야뇨증이 나타나지만, 성장과 함께 점차 감소하여 13세이후 청소년기에는 약 3% 미만에서만 야뇨증이 남는다.
1차성 야뇨증의 치료 과정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1차성 야뇨증은 치료가 늦어져도 신장, 방광, 신경계 등 기능적 손상이 곧바로 진행되지 않으므로 치료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식이조절과 생활습관 교정을 시행하며 경과를 관찰한 후 치료를 결정할 수 있다. 식이조절과 관련하여 저녁 식사 이후에는 수분과 염분이 많은 간식이나 이뇨를 자극하는 과일 섭취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하지만, 낮에는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하면서 배뇨 간격을 조금씩 늘려 방광 용적을 점차 늘리는 훈련을 하면 도움이 된다.
간식 역시 낮 동안에는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해도 괜찮으나 짜게 먹는 습관은 피해야 한다. 생활습관 교정은 자기 직전에 반드시 배뇨를 하도록 하고, 야뇨 유무 기록도 스스로 하도록 유도하며, 야뇨가 없었던 날은 칭찬을 통해 긍정적 인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다만 새벽에 아이를 깨워서 소변을 누도록 하는 것은 수면 방해를 일으켜 피로감과 성장호르몬 분비 저하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하지 말아야 한다.
심리적 영향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식이조절과 생활습관 교정을 시행했음에도 야뇨증이 지속되면 자존감 결여, 대인 기피 같은 심리적 부담이나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대로 두면 성인기까지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적절한 시기에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
야뇨증을 보이는 5세 이상 아이에서 야뇨증과 함께 주간에 빈뇨(화장실을 자주 드나듦), 요실금(팬티에 소변을 조금씩 지림), 요절박 (갑자기 소변이 마렵다고 화장실로 달려감) 같은 배뇨 이상 증상을 겪기도 한다. 이는 기질적으로 예민도가 증가하였거나(과민방광), 방광 기능에 이상이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서둘러 치료해야 한다.
기록과 관찰, 치료의 지름길
치료 시작 전, 부모가 배뇨일지를 작성해 하루 동안의 수분 섭취량, 배뇨 횟수, 매회 소변량 등을 기록하면 상담과 치료 방법 결정에 큰 도움이 된다. 주간에 본 것 중 가장 많았던 소변량을 통해 현재의 기능적 방광 용적을 알 수 있고, 연령 대비 방광이 작은지 여부 또한 판단할 수 있다.
주간에 과민방광에 의한 배뇨 이상 증 상이 동반되는지도 관찰해야 한다. 변비는 야뇨증과 과민방광을 일으키는 악화 요인 중 하나이므로 대변의 모양, 배변 주기, 배변 용이성 등을 관찰하여 변비가 있으면 변비 치료를 선행해야 한다.
야뇨증 치료에는 식이조절과 생활습관 교정 외에도 약물 치료와 야뇨가 발생하면 알람을 울려 아이를 깨우는 야뇨경보기를 활 용하는 방법이 있다. 약물 치료로는 야간의 소변량을 줄여 주는 항이뇨호르몬 치료가 대표적이다.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치료 중단시 야뇨가 다시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약물 사용 후 수분 섭취량이 급격히 늘어나면 수분 축적으로 전해질 이상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야뇨증 초기에는 야뇨경보기 치료가 더 적절할 수 있다. 이 치료법은 최소 3개월 이상 지속해야 효과를 판단할 수 있으나, 치료 효과는 약물 치료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치료 종료 후 재발 가능성도 낮아 초기 치료 방식으로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다.
1차성 야뇨증은 성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아 5세 무렵에는 생활습관 교정을 시작하고, 치료 선택은 대개 6세 이후부터 고려한다. 야뇨증이 주간 배뇨 이상 증상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에는 방광 예민도를 줄이는 항콜린성 약물과 변비 치료를 병행한다. 항콜린성 약물은 식욕 부진, 입 마름, 성격 변화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야뇨증은 대부분 성장과 함께 해결되므로 지나치게 걱정할 필 요는 없다. 아이에게도 “너는 몸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야. 단지 오줌 조절이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늦는 것뿐이야.”라고 안정감 을 주면서 조금만 노력하면 더 빨리 벗어날 수 있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야뇨증에는 심리적 변화, 수면 각성 문제(깊이 잠이 들어 방 광에 소변이 차도 깨어나지 못함), 야간 소변량 증가, 방광 기능 이상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해당 원인을 찾아 적절한 치료 시기를 결정하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선택하기 위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상담하여 진료 계획을 세우면 아이의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고 합병증 또한 예방할 수 있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