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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만에 바뀌는 ‘노인’ 연령] ②무엇이 바뀌게 되나

법정 노인 연령과 연동된 수많은 혜택 조정해야
관련 법을 모두 바꾸려면 시간 걸려
OECD 최고인 노인빈곤율 감안해야
사회적 합의도 문제...점진적으로 조정해야

한국헬스경제신문 윤해영 기자 |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은 지하철 무임 승차, 공공시설 무료 이용 등 경로우대 대상을 만 65세 이상으로 규정했다. 이후 등장한 대부분의 사회보험과 고령층 복지제도 역시 노인복지법을 따라 만 65세 이상을 노인 연령 기준으로 삼았다.

 

65세 이상에게 주어지는 생활 관련 무료 또는 할인 혜택은 수없이 많다. 기초연금(소득 하위 70%), 노인장기요양급여, 국가건강검진의 일부 항목, 치매 검사 및 치료 일부, 임플란트와 틀니 지원, 항목별 금융 혜택, KTX 등 열차 할인(주중에만), 국내선 항공료 및 여객선 할인, 박물관 고궁 등 공공시설 입장료, 통신요금 할인, 영화관람료 할인, 노인일자리 제공(월 최대 130만 원) 등등이다.

 

법정 노인 연령을 70세든 72세든 상향한다 해도 나이와 연동된 복지 문제는 바로 시행되기 어려울 것이다. 수많은 관련 법을 손봐야 하므로 시간이 걸린다. 노인복지법상 경로우대 기준뿐만 아니라 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급여 등 각종 사회보험의 기준 연령도 함께 높여아 하기 때문이다.

 

노인 복지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여 개 노인 복지 서비스 제공 연령을 조정하는 ‘복지 재구조화’와 맞물려 있다. 어떤 제도를 손볼지 정하는 단계에서부터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법정 노인 연령이 올라가면 이런 혜택을 받는 시기가 당연히 늦어지게 된다. 가령 노인 기준을 70세로 올리면 기초연금을 받는 시점도 5년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지난 7일부터 노인 연령 상향과 함께 기초연금 등 노인복지 혜택 변화에 관한 여론을 수렴 중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노인 연령을 몇 살로 올릴지, 어떤 제도를 대상으로 노인 연령을 올릴지 등은 앞으로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활발히 논의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재정만 감안해 노인 연령과 기초연금 수급 나이를 동시에 올리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40.4%)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심각하다.

 

통계청 분석을 보면 가처분소득(실소득) 기준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은 2013년 46.3%에서 2021년 37.6%로 나아지다 2022년 38.1%, 2023년 38.2%로 더 나빠졌다.

 

게다가 현재 기업의 정년은 60세로 퇴직 이후 국민연금 수령까지 2년, 기초연금 수령까지 5년간 소득 절벽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노인복지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인들에게 계속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계획이다. 정년을 연장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신(新)고령층’의 고용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지만 기업이 정부의 생각대로 움직일지도 미지수다.

 

 

이전에도 정부 내에서는 노인 연령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무산됐다. 2019년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워크숍에서 노인 연령을 70세로 상향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복지 축소를 우려한 고령층의 반대가 이어지면서 흐지부지됐다.

 

실제 법 개정 작업에 착수하더라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거와 맞물리면 유권자의 20%를 차지하는 고령층 표심을 무시할 수가 없을 것이다. 사회적 합의를 구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세대 갈등이 재연될 우려가 크다.

 

따라서 노인연령을 올리면서 그동안 받았던 복지 혜택을 일거에 중지하는 것보다는 점진적으로 하나씩 조정해 가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