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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적은 장기기증...과수원하던 60대 여성 4명 살리고 떠나

뇌사 상태에서 신장(양측), 간장, 폐장 등 기증
선진외국에 비해 턱없이 적어...연간 400-600명 기증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건수 기자 |

 

우리나라에서 장기기증 사례는 문화적 차이인지 몰라도 선진 외국에 비해 많이 적다.

 

대략 1년에 400명-600명 정도가 장기기증을 한다. 미국은 연간 1만 명이 넘고 우리와 인구가 비슷한 서유럽 국가들은 1000-2000명 선이다. 백만 명당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8-9명, 선진국은 30-50명 정도다.

 

생전에 자녀의 장기기증 희망 등록 신청을 칭찬하며 본인도 기증의 뜻을 밝혔던 60대 여성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월 26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권태숙(65세) 씨가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떠났다고 27일 밝혔다. 권씨는 신장(양측), 간장, 폐장을 기증했다.

 

권 씨는 1월 21일 새벽 자택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유족에 따르면 경북 영주시에서 1남 6녀 중 막내로 태어난 권씨는 다정하고 이웃들을 잘 챙기는 성격이었다. 교회를 다니면서 독거노인 반찬 봉사를 했고, 꽃 가꾸기와 뜨개질을 좋아했다. 충남 서산시에서 30년 넘게 과수원을 운영하며 주변과 과일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권 씨는 자녀가 장기기증 희망 등록 신청을 하고 왔을 때 칭찬하며 “나중에 나도 그런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가족은 권씨의 평소 희망을 존중해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권씨처럼 ‘뇌사자’란 자발적 호흡이 불가능해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일시적으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지만 2주 이내 사망에 이르는 사람을 말한다.

 

‘식물인간’과는 다른 개념이다. 식물인간은 질병에 의해 대뇌피질에 손상을 입어 아무런 움직임과 의식이 없는 상태로,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신체기능만 가능하고 증상이 심하지 않는 경우 깨어나기도 한다.

 

장기기증에는 뇌사자 기증, 안구기증, 살아있는 사람 간의 장기기증 등이 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홈페이나 방문으로 신청할 수 있다. 운전면허증에도 장기기증이 표시된다. 장기를 기증한다 해도 특별한 보상은 없고 장례비 일부가 지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