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건강] <71> 내시경 검사 때, ‘수면’ 할까? 말까?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건수 기자 |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미뤄뒀던 건강검진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다. 건강검진에서 가장 큰 일은 위·대장 내시경 검사다.

 

건강검진센터에서는 사전에 수면내시경을 할지, 비수면을 할지를 결정하라고 한다. 요즘은 주로 수면내시경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면내시경은 ‘의식하 진정 내시경’이라고도 하는데 진정제를 사용해 가수면 상태에서 검사를 받는 것이다. 환자는 검사 중 구역질, 통증, 질식감 등 불쾌감을 느끼지 않고, 검사 과정을 전혀 기억하지 못해 편안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환자가 통증 없이 편안한 상태에서 검사를 받기 때문에 더욱 꼼꼼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 검사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수면내시경을 받으려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는 점이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비용이 들더라도 수면내시경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들이 있다. 구역질을 잘 참지 못하는 사람은 심한 구역질로 인해 목이나 식도가 찢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대장내시경은 수술이나 출산 경험이 있다면 비수면으로 받았을 때 심한 통증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수면내시경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진정제가 환자의 호흡이나 심혈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심장이나 폐가 안 좋은 사람은 진정 자체만으로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만약 위내시경을 받아야 하는 환자 중 일반내시경이 주는 고통도 싫고, 병원에서 30분 이상 수면시간을 가져야 하는 수면내시경도 번거롭게 느껴진다면 경비내시경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경비내시경이란 가늘고 부드러운 관을 코로 삽입해 시행하는 검사 장비를 말한다. 기존의 위내시경 검사에 비해 구역질과 인후통, 질식감 등의 고통이 훨씬 적으며, 검사 후 목의 통증이 적다. 또한 검사 도중 시술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내시경 카메라도 작아지다보니 시야가 좁아져 시술 시간이 기존 위내시경보다 몇 분 더 걸릴 수 있다.

 

수면내시경은 보통 수면제 계열인 미다졸람 등을 사용하는데, 이 약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수면내시경이 실패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수면내시경이 사용하는 약이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약이 전혀 다른 효과를 내는 경우이다.

 

미다졸람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는 기존에 수면제를 복용하는 사람 또는 알코올중독자다. 평소 수면제를 복용하던 사람은 약물에 내성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알코올 중독자는 간경화 등 알코올성 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수면제 계열 약물의 정상반응을 저해한다.

 

미다졸람이 전혀 다른 효과를 내는 현상은 ‘미다졸람 역설반응’이라고 한다. 이 현상은 5% 내외로 발생한다. 미다졸람은 재우는 약인데 오히려 이 약을 투여하고 나서 심하게 움직이거나 이상한 말을 한다. 역설반응은 환각상태와 같아서 자신이 기억을 하지 못한다. 역설반응이 일어나면 낙상 위험 등이 있어 해독제를 사용해 환자를 깨운다.

 

수면내시경을 잘 마쳤더라도 방심하면 안 된다. 사람마다 약물효과 감소시간(반감기)이 달라, 내시경 후에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어지럼증, 두통, 무기력증, 구역감 등이다.

 

일시적 기억상실이 몇 시간 동안 지속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보통 1~2시간이면 수면내시경 약물 효과가 사라지지만, 종일 약효가 가는 경우도 있다. 간질환이 있거나 신장질환이 있으면 약효가 더 오래갈 수 있다.